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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기
04/23/18  

어바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지난번에 대상포진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지라 만나자마자 건강에 대한 안부부터 물었다. 그런데 부인이 심한 병에 걸려 치료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바람에 자신의 병은 어떻게 나았는지 모르게 나았다면서 부인이 아직 입원중이라고 했다.

 

 

그의 부인은 밀러 피셔 증후군(Miller-Fisher Syndrome)으로 투병 중이었다. 스트레스나 불면증이 심한 사람들에게 주로 발병하는 이 병의 주요 증상은 눈 근육 마비, 운동능력 상실, 무릎을 쳐도 반응이 없는 희귀 말초신경병증이다. 환자는 대개 첫 증상으로 복시(複視, 한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를 호소하며 이어 보행 장애 등을 호소한다. 뇌신경 일부의 장애로 안구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외안근의 근력이 약화됨에 따라 물체의 영상이 두 개로 보이며, 때로 구토를 하거나 어지러운 증세를 호소하게 된다.

 

 

지인은 부인이 현재 약을 복용하며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며 아직 완쾌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왼편 어깨의 통증이 심해 팔을 돌리지 못한 지 한참 되었다. 열중쉬어를 하지 못할 정도로 고질병이 된지 오래였다. 주변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병원에 가서 치료 받으라고 말했지만 나이 들어 그렇겠거니 하고 참고 살았다.

 


하지만 통증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은 생각보다 컸다. 출근하는 길에 한의원에 들러 침을 맞았다. 침을 맞은 후 팔을 움직여 보니 통증도 가벼워지고 팔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5년 전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4세, 건강수명은 73세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과의 차이는 무려 8.4년에 달했다. 평균수명이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생존년수이며, 건강수명이란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은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뜻한다. 즉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는 기간,건강하지 못한 기간이 평균 8.4년이나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 2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초로 90살을 넘어섰다. 기대수명이란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년수를 뜻한다.

 

 

이 보고서는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조사 대상국 남녀 중에 기대수명이 90살을 넘는 집단은 한국여성이 유일했으며, 다른 국가들과의 차이도 현격했다. 프랑스(88.55), 일본(88.41), 스페인(88.07), 스위스(87.07) 등이 여성 기대수명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2030년생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도 84.07살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오스트레일리아(84.00), 스위스(83.95), 캐나다(83.89), 네덜란드(83.60) 등이 남성 장수국가 최상위권에 올랐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 83살, 남성 80살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연구를 주도한 마지드 에자티 임메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은 90살을 돌파하기 불가능하다고 봤는데, 복지제도와 의학 발전 덕분에 장벽이 계속 깨지고 있다.”며“한국인들이 교육과 영양의 혜택을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누리고, 고혈압을 잘 관리하고 있으며, 비만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한국인 기대수명이 급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증가했다고, 혹은 증가할 것이라고 해서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해 건강수명과의 차이 기간도 길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는 동안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에도 방점을 찍어야 한다. 즉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 각자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적절하게 운동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늘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 이런 개인의 노력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줄어든 만큼 국가는 노후연금 지급, 고령자 돌봄 서비스 등 더 나은 복지 제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인생. 이제는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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