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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Clear Across the Country
04/23/18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아들과 대륙횡단을 했다. 메인주 Brunswick에서 출발해 메사추세스주의 작은 도시 Lee, 나이아가라, 시카고,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 덴버, 플래그스테프, 피닉스 등 7개 도시에서 숙박을 했다. 계획을 하면서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는 유타주의 Moab이라는 도시에서 방갈로를 예약했는데 실제 가서 보니 RV 파킹랏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예약금 64달러는 한 푼도 환불 받지 못하고 날려야 했다. 일정도 이틀 단축했다.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약했던 숙소를 해약해야만 했고 시카고에서 방문할 예정이었던 조카도 만나지 못했다.

 

 

7박 8일을 함께 여행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덕분에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를 잘알 수 있었다. 내 자식이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가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이 해소됐다. 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평소 아빠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알고 이해하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 그것이었으니 일부 계획한 것들에 차질이 있었지만 성공적인 여행이었던 셈이다.

 

 

출발 후 이틀 동안 아들은 학교에 제출해야 할 리포트 때문에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눈치였다. 몸은 운전을 하고 식사를 하고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리포트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는 듯했다. 아들은 리포트를 작성하느라 여행 초기 이틀 밤을 거의 뜬눈으로 새웠다. 그리고 아침에 두 시간 정도 운전하고 내가 운전하는 동안에는 계속 잤다. 하지만 리포트를 제출한 뒤에는 운전도 많이 하고 여행도 즐겼다.

 

 

운전하는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맞장구치고 하다보니 그 동안 궁금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엉킨 실타래풀리듯이 풀렸다. 녀석은 단순히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서 농구를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코치의 게임 운영방식이 아들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코치는 주로 세트 플레이를 중시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자기 지시에 의해 움직이게 했고, 아들은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코치에게 그런 생각을 얘기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코치가 그만 두라고 한 거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며, 코치가 이번 시즌부터는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자율성을 줄 생각임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한 학기를 코펜하겐에서 공부하고 싶어 그만 두었다고 했다.

 

 

잘했다고 하면서도 녀석의 고심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12년 농구 인생이 끝난 것이다. 12년 간 거의 날마다 하루 서너 시간 이상 연습하고 일 년 내내 코트에서 살았던 만큼 농구를 그만 두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8월 말에 코펜하겐으로 가기 전까지 두 달간 인턴십을 하기 위해 50개 회사에 어플리케이션을 보냈는데 연락이 없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연락이 안 오면 작년 여름처럼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했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이 짠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을 울려 오는 것은 아버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훌쩍 커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보람이고 즐거움이어야 한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어야 하는 것은 내가 그들의 부모이기 때문, 그가 나의 자식이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부모는 언제라도 찾아와 쉴 수 있는 보금자리이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그런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보다 더 큰 위안은 없다. 가난하다고 해서,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병약하다고 해서 그런 본질이 깨져서는 안 된다.

 

 

여행의 후반부는 아들이 거의 대부분을 운전했다. 우리는 덴버의 쿨스 맥주 공장을 견학하며 함께 맥주를 마시고, 피닉스에서는 야구경기도 관람했다. 집에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아들은 더욱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하긴 그곳에는 불러도 불러도 목마르지 않는 엄마가 있으니.

 

 

캘리포니아의 사막이 제법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길은 인디오를 지나 핫스프링스, 팜스프링으로 이어졌다. 도착해 계기판을 보니 총 3657.2마일을 달려왔다. 먼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먼 여정만큼 가까워진 아들과의 거리에 피곤함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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