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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
04/23/18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고민할 겨를조차 없다. 똑 같은 날, 똑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불현 듯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동안에도 아침마다 찾아와 노래했을 텐데 듣지 못 했다. 어쩌면 그 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의 문이 열려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맑고 투명한 유리 위를 구르는 구슬 소리가 저럴까? 창을 열고 찾아보았으나 새들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딘가에서 노래하며 아침나절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으리라.

  

커피를 한 잔 마실까 하고 마켓 옆의 도넛 가게로 향했다. 자동차를 주차시키려 하는데 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길 한복판으로 나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차가 오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무슨 일일까? 혹시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서둘러 주차를 하고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제가 도와 드릴까요?”노인이 말했다“. 지금 마켓 문을 열었을까요? 아직 안열었지요?”“마켓이 바로 저긴데 가보시면 아실 텐데. 왜 위험하게 거기 서 계세요?”노인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길에서 벗어나 마켓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노인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다 도넛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행복은 관심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나에게,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면 나도, 타인도 행복해 질 수 있다. 부모에게 관심을 받는 자녀, 사장의 관심을 받는 직원, 남자(여자)의 관심을 받는 여자(남자), 젊은이가 관심을 가지는 노인. 그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즉 무관심은 불행을 낳는 씨앗과도 같다. 부모로부터 관심 받지 못하는 자녀, 사장의 관심 밖에 있는 사원, 남자(여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여자(남자),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 하는 노인. 그들이 행복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관심과 행복은 주관적이지만 다분히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양상을 지니고 있다. 부자라고 해서, 지위가 높다고 해서 더 행복하고 가난하다고, 지위가 낮다고 해서 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3월, 갤럽이 유엔이 정한‘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을 맞아 발
표한‘긍정경험지수(Positive Experience Index)’가 이를 증명한다.

  

이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89점을 얻은 파라과이였다. 2위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과테말라(84점)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뒤를 이어 온두라스, 파나마, 베네수엘라(82점)가 공동 3위로 꼽혔다. 모두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이 속해 있는 중동지역 사람들은 행복 순위가 낮을 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오일머니 부국들이다.

  

갤럽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지난 50년대 말 미국의 1인당 GDP는 2만 달러에 못 미쳤으나 98년엔 3만4,00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여론조사에서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국민들의 비율은 36~37%에서 30% 초반으로 낮아졌다‘. 경제는 돈이 아니라 행복이다’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경제는 관심이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치던 들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을 보라. 가까이 다가가 보면 빨강, 노랑, 보라 그 꽃잎 하나 하나의 색상과 섬세한 모양에 놀라게 된다. 관심을 가지면 그가 누구인지, 그것이 무엇인지 보이고 들린다. 보이고 들리면 행복해진다.

  

마음의 문이 닫혀 있으면 새 소리도 들리지 않고 위험에 처한 노인도 볼 수 없다.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시작한 아침, 열린 마음의 문 덕분에 하루를 행복한 부자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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