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약? 독?
04/23/18  

지난해 12월 초 하버드 합격생 100여 명은 페이스북에 공개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중 몇몇 합격생들은 성인물 등급의 글을 올릴 수 있는 별도의 비공개 채팅방을 개설했다. 비공개 채팅방에는 노골적인 성적 메시지는 물론 성폭행과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글, 아동학대가 성적 자극을 유발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특정 종교와 인종을 공격하는 글도 있었다. 문제가 된 채팅방의 존재와 합격생들이 올린 글의
내용을 알게 된 하버드대학 측은 지난 4월 중순 합격생 10여 명에게 입학 허가 철회를 개별 통보했다. 하버드대 입학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에‘입학 예정자라도 그들의 정직성, 성숙함, 품성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면 입학 허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캔자스주립대학의 한 학생은 머드팩을 얼굴에 바른 자신의 사진과 함께‘마침내 검둥이가 돼보니 좋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를 알게 된 학교 측은 흑인을 비하하는 사진과 글이라는 이유로 퇴학 조처했다.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Social Networking Service)는 새롭게 인맥을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주고받는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만만치 않다. 자고 일어나면 SNS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시카고대학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내가 10대 때 SNS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젊은 시절 실수로 기록된 행동이나 언행을 남겨놨다면 곤란한 일을 많이 겪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이제 SNS로 인한 부작용은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SNS는 이제 더 이상‘서비스’가 아닌 삶의 일부분이 됐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우리의 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현실을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엘리엇 주커버그는 SNS는 이제‘Social Web Utility’로 불러야 마땅하다는 말로 대변했다. 서비스와 유틸리티의 차이는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에 있다. 즉 SNS는 이제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SNS가 현대인의 삶의 한 부분이 된 현실에서 SNS무용론이나 규제론, 혹은 불가론은 억지 주장으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SNS의 바른 사용법을 계도하고 SNS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필 수있는 사회적 장치 마련이 더 시급하다. 물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SNS 피해와 가해 관련 법률 제정은 물론 SNS는 경우에 따라 필요악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을 모아야 한다.

 

 

SNS 사용자들도 자신을 드러내 자랑하거나 이슈의 확산에만 현혹돼 무차별적으로 전파하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SNS 올리는 글 한 줄, 사진 하나가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인격을 해치고 삶을 파탄 낼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마녀사냥식의 언어폭력이나 선정적인 사진, 동영상, 관심을 끌기 위한 기행 등은 결국 누군가를 피해자로 만들고, 그 피해는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위험한 생각과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 식당에 가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에게‘어떻게 지내니?’‘, 별일없니?’‘, 아빠가 잘 지내는지 궁금하지 않아?’라고 묻는 것보다 오늘 저녁 아빠가 먹는 음식을 사진 한장에 담아 보내면 전화기를 내려놓기도 전에 답장이 온다‘. 아빠, 나도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 아빠, 맛있게 드세요!’

 

 

SNS를 통해 주고받은 사진 한 장이 불러온 건강한 소통은 오래도록 즐거움으로 남는다. 이 즐거움은 전화나 메일을 주고받으며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래서 결코 SNS를 포기할 수 없다.

 

 

먹음직스러운 스시 사진 한 장. 그리고 이어 도착하는 문자 메시지‘. 아빠, 지금 친구와 함께 스시 먹는데, 아빠도 드시고 싶지요?’ 오늘은 어쩌면 아이들이 먼저 SNS를 통해 내 전화기를 두드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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