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니 소동
04/23/18  

손녀의 머리에서 이가 발견되었다. 딸은 즉시 아마존에 들어가 약과 빗을 주문했다. 우리 집으로 온 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딸은 아이 넷을 모두 옷을 벗겨 욕조 안에 넣고 샅샅이 검사했다. 모두 이가 발견되었다. 딸네 식구들은 집을 수리하느라 잠시 우리 집에서 머물고 있다. 딸은 아이들이 우리 집에 와서 자던 첫날부터 머리와 몸을 긁었다고 했다. 매일 밤 자다 일어나 앉아서 긁는 모습도 봤다며 딸은 은근히 우리 집에 이가 있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딸의 말에‘그럴 리가......’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손녀는 할아버지 집에 오기 전부터 가려웠다고 했다.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머리에 이가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친구들에게 손녀의 머리에서 이가 발견되었다고 하자 한 친구가 자기 손녀도 이가 나온 적이 있다면서 그날 바로 클리닉으로 가서 온 식구가 검사를 받았고, 특별 샴푸로 머리를 감았다고 했다. 이렇게 특수 샴푸로 머리 감고 검사만 했는데 몇 백 달러를 지불했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도 자기 아이 초등학교 때 한 바탕 소동을 치렀다면서 깨끗한 사람이 더 잘 걸리고, 어디서 옮아 왔는지를 몰라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참빗으로 알을 제거하고 샴푸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남자 아이들은 삭발을 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주문한 샴푸와 참빗이 도착하자마자 딸은 아이들을 차례로 벗긴 후에 머리를 감기고 참빗으로 빗겼다. 알이 떨어지고 이가 서너 마리씩 발견되었다. 이런 소동을 보면서 60년대의 이 잡던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에 가면 밤마다 할아버지의 옷에 숨어 살던이를 잡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 해 전 겨울방학이라고 기억한다. 할아버지는 온종일 누워서 온몸을 긁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시력이 좋지 않아 이가 보이지 않았기에 이 잡는 일은 저녁에 내가 해야 할 큰 과업 중의 하나였다. 내복 재봉선 틈에 숨어 있는 이들을 찾아내어 손톱으로 눌렀다. 손톱이 붉어지도록 많은 이를 매일 밤 잡았으나 이를 박멸 할 수는 없었다.

  

그런 터라 시골에만 다녀오면 어머니는 옷을 홀랑 벗긴 후에 목욕을 시켰고, 벗은 옷과 가방 속의 옷들을 모두 펄펄 끓는 물에 넘고 삶았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어디엔가 숨어 있던 이로 한바탕 소동을 치르곤 했다. 1960년대 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그런데 2017년 한여름에 아이 몸에서 이가 발견되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미국에서. 그리고 이런 일이 비단 우리 집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니 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릿니 감염은 공중보건이 낙후된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연방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년 600만~1,200만 명의 아동(3~11세)들이 머릿니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과 같은 유럽 국가들도 머릿니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기 중에 학생 상호간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머릿니 자체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려움증과 피부 손상으로 인한 2차 세균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어 위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머릿니 감염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IT 발달로 머릿니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릿니 감염과 IT 발달이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위스콘신주의 소아과 의사 샤론 링크(Sharon Rink)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셀카를 찍을 때 서로 머리를 접촉함으로써 머릿니가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위생 관리 소홀과 사람들의 부주의가 공중위생을 위협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개인위생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의 위생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

  

오늘로 손녀, 손자들을 약으로 머리를 감기고 참빗으로 빗기기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났다. 어제 저녁에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니 조금 안심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 사나흘 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불과 베개 등도 소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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