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孤獨死)
04/23/18  

광주에서 52살의 남자가 홀로 숨을 거둔지 석 달 만에 발견됐다. 부산에서는 심한 우울증을 앓던 40대 남자가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이처럼 가족, 친척 사회와 격리된 채 홀로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에 이른 것을 고독사(孤獨死)라 한다. 10여 년전만 해도 들을 수 없었던 말이니 최근의 사회 현상 때문에 생긴 신조어일 것이다. 언제부턴지 고국 뉴스에 고독사와 관련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고독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1인 가구로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대부분 직장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래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그 결과 점점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독사는 연령과 상관없이 나타난다. 건강하게 한창 일할 나이인 20, 30대에서도 고독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2015년 12월 신림동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20대 여성이 고독사한지 보름 만에 발견되기도 했으며, 2016년 9월 서울의 한 원룸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던 20대 여성이 홀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같은 해 2월에는 대구의 한 원룸에서 30대의 여성이 숨진 지 6-8주가 지나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은 취업을 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었으며 경찰은 이들을 모두 고독사로 처리했다.

 
약 20여 년 전만해도 실업 문제는 40, 50대 가장이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실업의 문제는 전 연령으로 확대됐다. 더욱이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고독사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청년(15살-29살) 실업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5%에 달한다. 이는 2000년 이후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5년 9월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520만 3천여 가구로 전체(1천 911만 1천 가구)의 27.2%를 차지하며 2인 가구(499만4천 가구·26.1%), 3인 가구(410만1천 가구·21.5%), 4인 가구(358만9천 가구·18.8%)를 제치고 가장 많은 가구가 됐다.

 
1인 가구 중에선 30대가 18.3%(95만3천 가구)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70세 이상(17.5%·91만 가구), 20대(17.0%·88만7천 가구)였다. 이에 반해 5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는 122만 4천 가구로 전체의 6.4%에 그쳤다. 1980년에는‘5인 이상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가장 일반적인 가구 유형이었다.

  

한국에서의 1인 가구의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연령층이 40-50대인 것도 문제이다. 1인 가구 수는 2005년 317만 1천여 가구에서 2015년 520만 3천여 가구로 64.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50대 1인 가구 수는 36만6천에서 87만8천으로 전체 평균의 2배를 훌쩍 넘는 139.7%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40대 1인 가구 증가율도 79.2%(47만4천→84만9천)로 평균을 웃돌았다.

  

경제의 허리 구실을 해야 할 40-50대에서 1인 가구가 급증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혼자서 생계를 이어가는‘고독한 중년’의 증가는 인구구조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물론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임이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1인 가구가 됐다는 것은 붕괴된 가정이 늘었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한인 사회도 한국 사회와 같은 문제점을안고 있다. 오히려 고국을 떠나 이곳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절실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인 청년들 가운데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땅에서 오직 가족들과 똘똘 뭉쳐 생활하다가 자식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나고 배우자 마저 세상을 떠나거나, 혹은 가정의 붕괴로 홀로 남게된 중·노년의 1인 가구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층으로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에 의지해 살아가면서 일주일에 서너 번씩 시니어센터에 가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다. 혹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맥도널드에 모여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최근 들어 한인 노인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고독사 문제를 국가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우리 모두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혹은 이웃의 정을 느끼며 살다가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개개인은 물론 한인 커뮤니티 단체들도 팔 걷고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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