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
04/23/18  

2005년 뉴올리언스를 물바다로 만들었던‘카트리나’이후 12년 만에 텍사스를 덮친 대형 허리케인‘하비(Harvey)’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5일 밤 텍사스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는 1,300mm에 달하는 폭우와 시속 193km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하며 그 진로에 있던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초강력 허리케인‘하비’가 남긴 피해는 심각하다. 1일 현재 46명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텍사스의 여러 도시들이 여전히 물에 잠긴 상태로 전기가 끊기고 식수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재민만 10만 가구가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하비가 덮친 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승인했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직접 피해지역을 방문하여 주민들과 함께 피해복구에 나섰다. 텍사스 주지사는 허리케인‘하비’로 인한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일요일(3일)을‘텍사스 기도의 날’로 지정했다.

 

주민들과 당국이 피해 복구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텍사스주 최대 도시인 휴스턴이 허리케인 하비 충격을 딛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자칫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후 아직까지 상처가 아물지 않은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머니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휴스턴이 제2의 뉴올리언스가 되느냐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로 인구감소를 꼽고 있다. 인구 수준에 따라 일자리 수도 결정되고,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의 경제활동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역대급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는 이후 주민들의 이탈로 인해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으며 아직까지 그 여파에 불황에 늪에 빠져 있다. 현재 뉴올리언스 인구는 카트리나가 덮쳤던 12년 전에 비해 9만 명이 감소했다. 인구 감소는 다시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결국 추가 인구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만들어 낸다. 뉴올리언스 일자리는 지난 12년간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휴스턴은 뉴올리언스가 아니다.”라면서“휴스턴은 더 크고, 다양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많은 전문가들이 뉴올리언스와 휴스턴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사태 전개방향에 따라 도시 기능이 이전에 비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휴스턴 경제의 핵심인 석유산업이 저유가로 이전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지역 석유산업 시설이 하비로 인해 3분의 1 이상 파괴됐기 때문이다. 

 

휴스턴 실업률은 이미 지난해 초 유가가 추락하면서 미 평균치인 4.3%보다 크게 높은 5.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휴스턴 경제 성장의 동력이 인구 유입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 전망과 일자리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2010~2016년 위성도시를 포함한 휴스턴 지역 인구는 약 85만 명이 늘었다. 빠른 인구성장률이 정체되거나 위축되면 지역경제 역시 움츠러들게 된다.

 

묘하게도 뉴올리언스를 떠난 사람들 상당수가 휴스턴에 자리를 잡았다. 카트리나 1년 뒤인 2006년 휴스턴에서 세금신고를 한 뉴올리언스 주민은 약 4만 2,000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5년 동안 약 1만 2,000명이 뉴올리언스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됐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휴스턴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하비로 인해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 되면 이들도 언젠가는 일자리를 찾아 휴스턴을 떠날 것이다.

 
2015년 이후 휴스턴이 3번에 걸쳐 대규모 물난리를 겪었다는 점도 지역민들의 이주를 부추길 수 있다. 뉴올리언스처럼 휴스턴도 물난리에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이주를 고려하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날로 편리해지고 윤택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자연재해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첨단 무기개발을 위해 쏟는 노력에 비해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대비할 만한 주택을 짓고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