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04/23/18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뭔가 큰 건을 떠올리려고 애를 씁니다. 대학입학, 졸업, 취업, 결혼, 신혼여행, 출산 등등...... 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이렇게 평생에 한두 번 생기는 특별한 날에 맞춘다면 우리의 삶에 행복한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우리의 일상은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파랑새”를 떠올려 봅니다. 꿈에 나타난 요술 할머니가 자신의 병든 딸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파랑새를 찾아달라고 부탁하자 어린 남매는 집을 나섭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파랑새를 찾을 수 없었고 지쳐 집으로 돌아와보니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자기 집에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요?
일상에 지쳐,
육아에 지쳐,
살림에 지쳐,
경제에 지쳐,
시간에 쫓겨,
일상에 쫓겨,
일에 쫓겨,
책임에 쫓겨
쳇바퀴 돌 듯 무기력하게 하루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남들이 가진 행복이 부러워 내가 가진 파랑새는 돌보지 않고 한눈팔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파랑새는
심부름 시키면 자기가 일을 제일 많이 한다며 툴툴 거리면서도 할 건 다 해 주는 우리집 첫째,자기가 크면 엄마 옷이랑 화장품을 다 달라며 매일 매일 조르는 둘째, 좋아하는 게임과 장난감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평생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셋째, 혼날 때는 필살 애교로 웃게 만드는 영원한 우리 집 막내, 눈을 뜨면 옆에 누워 있는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를 감싸는 푸른 캘리포니아의 하늘, 삶이 바쁘고 고단할 때면 자꾸만 잊혀지고 묻혀지 고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나의 열정,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찾아와 내 마음을 나누는 당신. ^^

 

종종 일상이 참 고단하고 사는 게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아이 하나 키워도 먹이고 씻기고 돌보느라 힘들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는데 애 넷과 씨름하는 내 현실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어쩌다가 고단했던 하루를 하소연하려고 하면 남의 집사연을 건너 듣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편이 무심하고 원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내 곁에도 파랑새가 늘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려합니다.

 

여러분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나요?

내 인생의 최고의 파랑새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늘 함께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우리의 행복이 작고 하찮은 것들 속에 함께 있듯
이 말이에요.
오늘도 나만의 파랑새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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