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홈으로 발행인 칼럼
‘미투(MeToo)’혁명
04/23/18  

미국에서 시작한‘미투(MeToo) 운동’이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한 검사의 고발로 촉발되어 법조계, 문학계, 연극계, 교육계를 몰아치고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잘나가던 중견 배우가 자살을 하고 서울시장 후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사퇴하는 등 각 분야의 정상에 군림하던 이들이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려서 큰댁에 가면 남자들은 모두 상에서 밥을 먹었지만 큰어머니를 제외한 여자들은 모두 따로 바닥에 벌여 놓고 먹었다. 심지어 물을 마시려고 하면 큰아버지는 저쪽에서 따로 식사하고 있는 형수나 사촌누이들을 시켜서 물을 떠다 주라고 했다. 대다수의 가정들에서는 아들들은 논밭을 팔아서라도 공부시켰고, 딸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공장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오빠나 남동생을 교육시키는 누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처럼 한국은 남성중심의 사회, 아니 남성만을 위한 사회였다. 사회전체가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였다. 요즈음에는 어림도 없는 이런 일이 당시에는 당연시 되었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일삼고 성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뿐 아니라 여성을 성적 노리개나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도 이런 사람들의 사고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한국사회가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었고 노사 관계 등 경제적 분야에서의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인 측면, 특히 남녀평등 문제에 매우 소극적이었음은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기인한 것이다. 강압이나 강제에 의한 성적 희롱이나 폭행을 당해도 어디 하소연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만든 여성의 잘못이라고 책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고발이나 고소조차 하지 못하고 평생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투는 단순한 사회 운동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사회로 가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혁명은 본래 통치형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만 산업혁명처럼 사회적·경제적인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18세기 광풍처럼 몰아쳤던 유럽의 주요혁명들은 통치형태만이 아니라 경제체제와 사회구조 및 사회의 문화적 가치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계층은 기존의 관습, 도덕, 문화가치 등이 타락하면 혁명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기존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르네상스 이후, 폭군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얻기 위해 혁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혁명을 사회에 좀 더 높은 윤리적 토대를 실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믿었다. 칸트의 입장에서 보면 미투 운동은 단순한 사회 운동이 아니고 높은 윤리적 토대를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르는 혁명인 셈이다.

 

그러나 혁명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단시일 내에 개인의 의식, 사회적 관습과 문화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지속적인 노력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성 평등은 가정에서부터 실천돼야 한다‘. 남자가 이런것도 못 해’‘, 여자가 그래서는 안 되지’하는 식의 성 역할 구분이나 차별적인 발언은 사라져야 한다‘. 그래도 아들인데’‘, 딸은 시집가면 남의 집 식구’와 같은 기성세대의 성 차별적인 사고가 그간 사회 전반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투 운동은 이런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쌓이고 쌓여 온 남녀 불평등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부조리를 터뜨려 세상에 알리는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런 사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한국 사회의 제도와 법률이 미투로 촉발된 성 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따르지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투운동으로 표면에 드러난 성범죄 가해자들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성범죄와 관련해 사회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보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성 차이에 따른 역할 구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구별이 힘의 논리에 따라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구별은 힘이 센사람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사회 발전과 인류 진보라는 전제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양성 가운데 어느 한 성이라도 없다면 더 이상 인류라는 말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운뉴스는 미투 혁명을 지지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