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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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도 괜찮아
04/23/18  

부럽다.

착하고 잘생긴 훈남에 재력까지 겸비한 남편과의 달달한 문자 내용을 자랑하는 여자,

매일 좋은 곳으로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면서도 날씬해서 비키니 입은 사진 올리는 여자,

간단한 세안 후에 자외선 차단제 하나로도 물광 피부 뽐내며 생얼 사진 올리는 여자,

경제적 부담 없이 취미 겸 재미로 일하는 여자,

친정집 드나들 듯이 해외여행 다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는 여자,

과외 한 번 안 시켰다는데 알아서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가는 자녀를 둔 여자,

뛰어난 외모경제력자상한 남편착하고 공부 잘하는 자녀 그리고 시간적 여유까지 있는 여자.

 

한번쯤은 모두가 탐해보고 꿈꿔보는 것들 아닐까현재 내가 가진 것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만족해 하고 있더라도 더 좋은 것더 많은 것을 바라는 마음을 숨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 신문 기사에서 SNS에 많이 접속하는 유저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이 크게 떨어졌고이와 반대로 페이스 투 페이스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크게 상승했다는 연구 발표를 본 적이 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SNS 포스트 속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즐거워 보인다사람들은 예쁘고음식들은 먹음직스럽고사진 속 풍경은 모두 풍요롭고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특별히 시기하는 마음이 없더라도 한번쯤은 이웃들의 행복한 모습과 내 현실을 비교해보며 씁쓸한 기분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화창하게 맑은 날 아침감기로 잠 못 이루는 아이를 안고 달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샌 후 푸석한 얼굴에 머리 질끈 올려 묶고 밀린 집안일을 절반쯤 마치고 늦은 아침으로 딱딱하게 굳은 빵 쪼가리를 씹으며 시장기를 달래고 있는데 이웃 친구의 근사한 호텔 브런치 사진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외여행 사진이 올라오면 내 신세가 조금은 처량하고 서글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웃들의 행복한 사진만으로는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지만 누구나 삶의 근심과 시련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퍼즐의 피스 몇 개만 갖고 전체적인 그림을 상상할 수 없듯이 사진 속 한 장면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다또한 우리가 하찮게 흘려 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의 순간순간도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노년의 부인이 우는 아기 달래는 30대 아기 엄마를 보면서 “이때가 제일 행복할 때랍니다즐기세요.”라고 말하듯이불행한 사고로 배우자를 잃은 사람에게는 친구의 부부싸움 이야기가 더없이 부러울 수 있듯이십대 때는 빨리 성인이 되어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십대야말로 진정 자유로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우리는 이렇게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것누릴 수 없는 것들을 부러워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모양이다이런 당연한 부러움을 가슴에 품는 것을 굳이 부끄러워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있을까?

  

흔히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나 나는 ‘부러움’을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부러움’은 ‘남의 좋은 일이나 물건을 보고 자기도 그런 일을 이루거나 그런 물건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그 마음은 인간이 갖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본능이기에 이를 좋은 자극제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이러한 자극은 적당히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자신을 가꾸고 가족과 친구들을 아끼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지닌 부족한 재능과 나의 소소한 일상들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내 삶을 더 마음껏 즐기고 만끽하고 싶어진다남을 부러워하는 마음에 치여 내가 가진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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