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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吳久) 회장을 기리며
05/07/18  |  조회:160  

오구(吳久) 전 오렌지카운티(OC) 한인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OC한인회장, OC라이온스클럽 회장, 한미전문의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우면서도 전국 한미시민연맹(LOKA-USA) 의장,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고인은 해마다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를 주관했다. 매년 백여 명에 달하는 6.25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희생과 봉사에 감사하는 행사를 열어 참전용사들에게는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긍지를 갖도록 해주었고, 머나먼 이국땅에 사는 우리에게는 희미해져 가는 민족애와 조국 사랑의 마음을 일깨워주었다

 

고인은 OC한인회의 13·14대(1994년~1998년) 회장을 할 당시 세금 체납으로 압류 위기에 처한 OC한인회관의 채무 10만 달러를 갚았다. 이어서 한인종합회관 건립 초안을 작성하고 기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매년 연말 ''''''''한미 우호의 밤'''''''' 행사를 여는 등 한인사회와 타인종 커뮤니티의 유대 강화에 앞장섰다.

 

오구 회장은 진심으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 분이었다. 한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도 앞장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 의해 사망한 한인 젊은이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서 그의 죽음이 경찰의 지나친 대응 때문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고인은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함께 일하는 단체를 만들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지금도 미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미연합회 OC지부를 만들 때 발 벗고 나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젊은이들이 한인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OC한인회장을 할 때는 많은 젊은이들을 이사로 영입하였으며 당시 활동하던 젊은이들 가운데 지금 기성 정치인이 된 대표적인 사람이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지냈고 지금 연방하원에 입후보해 선거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영 김 전 의원이다. 그리고 당시 한인회에서 활동하던 몇몇 젊은이들은 시정부나 카운티정부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

 

고인이 한인사회에 남긴 업적이나 한인사회와 타 커뮤니티가 우호관계를 갖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한 사례들을 찾자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까닭에 오구 회장의 별세 소식을 듣고 한동안 가슴 먹먹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직 때가 아닌데,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마지막 고인과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그날 그는 커다란 체구가 왜소해 보일 정도로 기운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후배들이 보고 싶다니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려운 걸음을 한 것 같다. 예전과 달리 힘이 많이 빠져 있었지만 고인은 평소처럼 특유의 유머를 섞어서 얘기하며 밝게 웃었다.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어 수술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수술이 잘 되었고 일도 다시 시작했고 큰 이상 없이 활동을 계속한다고 했다. 그래서 불과 몇 달 만에 이렇게 빨리 우리와 작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인은 퇴근 무렵 가끔 전화를 해서 커피를 함께 하자고 했다. 약속 장소에 가면 언제나 한인 커뮤니티의 원로들 몇 분과 함께 있었다. 몇 차례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언제나 김원회 전 OC한인회장은 함께 있었다. 역대 OC한인회장 중에 연임한 사람은 김원회(6.7.9대), 오구(13.14대) 전 회장뿐이다. 평생 동지로 늘 함께 하던 김원회 전 회장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후 오구 회장은 입버릇처럼 외롭고 쓸쓸하다고 말하더니 결국 선배 찾아 우리들 곁을 떠나고 말았다. 두 분이 만나 커피를 마시며 팥빵을 먹기 좋게 잘라 놓고 한 조각씩 천천히 음미하시던 모습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이제 두 분 모두 이승에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재정적으로 풍요롭지도 않고 병마와 싸우는 아내를 보살피면서 치과의로 일하느라고 시간적으로도 여유도 없으면서 평생을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해온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영원한 회장. 이제 우리들은 그가 남긴 업적과 공로를 칭송만 할 것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리더십과 화합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구 회장의 명복을 빌면서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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