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아침이었다. 아직 집안은 캄캄했고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우리 집 반려묘들이 일어날 시간이 되었고 잠시 후면 우리 방으로 들어와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윗집에서 들리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듣다 보니 꽤나 가까이에서 들리는 게 틀림없었다. 몸을 일으켰는데 어디선가 악취까지 퍼지고 있었다. 방안에 불을 켜고 보니 A가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여느 토요일이라면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살짝 게으르게 시작해야 할 아침인데 불과 몇 초 만에 세상이 뒤집혀 버렸다.
A는 그냥 누워있는 것이 아니었다.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를 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A! A!”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내 손이 A의 구석구석을 쓰다듬었지만 A는 축 늘어져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이게 지금 정말 일어나는 일인가? 어젯밤까지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휴대폰을 꺼내 24시간 운영하는 동물 병원을 검색했다. 하지만 숫자와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손끝이 굳은 듯했다. 아, 이런, 제발, 제발. 제발 숨을 쉬어줘. A를 병원에 데려가려면 이동장으로 옮겨야 했는데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고 혀를 내민 채 개구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다. 남편이 A를 안아 들어 올렸는데 바닥에 소변이 흥건했다. 집안 여기저기에 A의 대소변이 널브러져 있었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A의 몸상태가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이 너무 길었다. 나는 계속해서 A의 이름을 불렀다. 당장이라도 A의 심장이 멈추고 숨을 쉬지 못할 것만 같아 보였지만 나는 “A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A를 위한 말이었는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 모르지만 계속 조금만 참으라고, 힘을 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싶어서 사랑한다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고백도 했다. 은연중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저희 고양이가 숨을 못 쉬어요”라고 외쳤다. 간호사가 우리를 보고 다가왔다. A를 건네주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손만이 아니라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곧이어 수의사가 A를 데리고 있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숨을 내쉬었다. 솜으로 귀를 틀어막은 것처럼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무작정 두 손을 깍지 끼고 고개를 숙였다. 기도했다. 지금 데려가지는 말아 달라고. 적어도 아직은 아니라고.
A는 선천적으로 심장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중성화 수술을 할 때 이 사실을 알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명하다는 동물 심장 병원에도 데려가 보았지만 치료도 완치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매일 두 차례 약을 먹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리와 함께 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의사는 A가 언제 급사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심장 상태라고 했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4년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서 버텨왔다. 그래서 나는 A를 볼 때마다 어쩌면 의사의 판단과 달리 A의 심장이 좋아졌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다.
대기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마 몇 시간 같았지만, 실제로는 30분쯤이었을 것이다. 수의사가 우리를 불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A의 상태를 미뤄보건대 대동맥 혈전이 의심되는 상태라고 한다. 혈전 용해제와 진통제를 투여했고 더 정확한 것은 추후 검사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상태가 좋지 못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다. A는 가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기적 같았다. 불과 한 시간 전, 다리를 딛고 일어서는 것도, 스스로 호흡을 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고양이가 다시 숨을 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후에도 한동안 계속해서 손으로 가볍게 A의 등을 쓸어주었다. 마치 잠시라도 눈을 떼면 다시 그 악몽이 시작될 것만 같아서... 나는 수시로 손을 뻗어 A의 가슴께를 살짝 눌러보았다. 아주 작은, 하지만 분명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생명의 리듬. 나는 그 작은 박동을 느끼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내쉬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렇게도 쉽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또 이렇게 강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밀 검사들이 진행되었다. A가 숨도 못 쉬고 죽어가던 원인을 알고 싶었고 앞으로 어떻게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혈전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심장 기형은 여전했고 부정맥 흔적도 보였지만 그 외 모든 수치들은 양호하다고 했다. 기적이었다.
“지난 4년간 그 약만으로 이렇게 버틴 것은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의사가 말했다.
처음 A의 심장이 선천적인 문제를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A를 데려온 펫샵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A의 병원비와 약값이 아이들 학원비보다 더 나올 때면 속이 상하고 답답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들을 잃은 것도 부족해서 아픈 고양이라니... 내 팔자를 탓하면 내 운명이 더 기구해질 것 같아 차라리 입을 다물고 살았다. 하지만 죽어가던 A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던 차 안에서 나는 A에게 속삭였다. 'A야, 너를 데려오길 얼마나 잘했는지 몰라.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주어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이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A는 사나흘이 지나고 나서야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당장 내 눈앞에서 숨을 거둘 것만 같았던 A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끼니때가 되면 기대에 찬 몸동작으로 꼬리를 길게 세운 채 나를 따라다니고 새로운 물체를 발견하면 호기심 가득한 두 눈을 빛내며 말이다. 하루에 대부분은 누워서 자거나 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A가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이 소소하고 평범한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A가 우리 곁에 있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감사하는 마음 사이로 피어나는 불안 또한 숨기지 못한 채 오늘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