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배우 김새론, 나는 그녀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몇 번 본 적은 있다. TV 화면 속에서. 그때 그녀는 굉장히 어렸는데 어찌나 연기를 똑 부러지게 하던지 정말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세월이 흘러 아역배우였던 그녀가 성인이 되어 얼굴을 비쳤을 때 '참 예쁘게 잘 컸네'라고 생각하며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이상한 기분이 된다. 깊은 슬픔과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고 인간의 삶이란 본래 취약한 것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젊고 유능한 배우가 삶이 얼마나 무겁고 고단했으면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을까 싶어 마음이 참 괴롭고 아리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나는 여전히 이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그녀는 몇 년 전 실수를 했다고 한다. 음주운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운이 나빴다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심지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러니 그녀는 마땅히 처벌을 받았다. 벌금을 내고 면허를 취소당하고,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계속 자숙해야 한다고 했고, 재기해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비난이 거세질수록 언론은 기사거리를 실어 날랐고 사람들은 아예 대놓고 그녀를 대역죄인 취급하는 듯했다.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앗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도. 잘못을 한 사람을 향한 사회적 비난은 때때로 형벌보다 더 가혹하다. 형법에는 징역 몇 년, 벌금 얼마라는 기준이 있지만 대중의 비난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용서받지 못하고, 직업을 잃고, 평생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배우 이선균. 그는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그가 견뎌야 했던 모욕과 비난은 너무나 가혹했고 그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이제 또 한 사람이 떠났다. 나는 묻고 싶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걸까. 왜 우리는 사람들을, 특히 연예인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걸까. 심지어 그런 죽음이 반복되면서도 사회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고, 결국은 누군가 무너지기를 기다렸다가 “거봐라,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지!” 하려고 틈만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공인이면서 저렇게 살면 안되지"하고 높은 잣대를 세우려 하지만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하물며 애초에 연예인이 모두 성인군자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아이들은 실수를 한다. 컵을 깨뜨리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르친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하지만 동시에 말해준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누구나 실수하지만, 실수로 한 사람의 삶이 끝나야 한다고는 가르치지 않는다.
큰아이를 잃고 난 후, 나는 삶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 배웠다. 누군가를 잃고 난 후에야 사람이 그저 살아 있다는 것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한 번 떠난 사람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고 남겨진 사람들은 늘 후회한다. "그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 말걸." 하고 후회해 보지만 너무 늦어버린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법이 죄를 묻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람들이 법 이상의 형벌을 가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책임이 죽음이어야 하는 사회는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용서 없는 사회에서는 결국 모두가 언젠가는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우리는 아직도 배우 이선균을, 김새론을 잃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곱씹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또다시 반복될 것 같아 마음이 몹시 무겁다.
우리는 당신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분 아래 우리는 때때로 너무 가혹했고 돌아갈 길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못한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괴롭고 고단했던 마음 다 내려놓고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편히 쉬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