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의 과제
06/09/25  

어바인에 사는 J 목사님 부부를 만났다. 목사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한국 대통령 선거 개표 중계를 보느라고 잠을 설쳤다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가?" 물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걱정"이라는 거였다. 옆에 앉아 있던 사모님은 '미국 살다가 한국으로 역이민 했던 사람들이 모두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면서 한국 사는 사람들 모두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두 분께 말씀드렸다. 무엇을 걱정하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보인가? 또 새로 대통령 된 분도 바보가 아니다. 온갖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된 사람 아닌가? 아직도 법정에서 진실 여부를 가려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한국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아직 재판 중이라는 사실과 그의 잘잘못을 알고 있는 국민들이 그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번 선거는 궐위 선거여서 선관위에서 당선인 결정안이 의결되는 즉시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국군 통수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은 임기 개시 시점에 이주호 대통령 권한 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새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되었고, 곧바로 새 대통령은 취임선서까지 마쳤다.

이제 새 대통령에 의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되어 갑작스럽게 치러졌고, 전직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과 대통령 후보자의 재판이 진행 중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전개되었다. 따라서 새 대통령과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권력 교체를 이뤘다는 사실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 직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치 양극화의 해소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새 대통령의 '진보적 경제 정책, 복지 강화, 개혁적 입장' 등의 정치적 성향과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현안들을 고려할 때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민생경제 회복과 양극화 해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해야 하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주거 복지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로 검찰, 사법개혁 및 권력기관을 개편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투명성과 민주적인 통제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 발전을 이루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주도의 자율적 경제성장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권한과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

네 번째로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산업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정책의 현실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룬 녹색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과제이다.

끝으로 남북관계 복원 및 외교안보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남북 간 대화 채널 복원 및 긴장 완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미·중 간 갈등 속에서의 실리 외교와 자주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제21대 대통령이 집권 기간 중에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과제이며, 새 대통령의 정치철학인 '기회의 평등, 정의로운 복지국가, 강한 국가'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책의 우선순위는 정치적 여건과 국회 구성,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실은 결코 감추지 못한다. 국민들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는 정치를 바란다.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시간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목사님 부부는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고 말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면서 새 대통령을 믿지는 못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고 말했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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