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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선열의 넋을 기리며
06/04/18  |  조회:171  

30여 년 전에 인도네시아 발리의 몽키 템플이라는 사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본 이름은 부낏 사리 사원이지만 원숭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붙여진 몽키 템플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사원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듯 했다. 몽키 템플 방문 시 가이드는 ‘이곳 원숭이들은 숲속의 원숭이들과는 달리 아주 영악하다’며 ‘소지품이나 선글라스, 특히 먹을 것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우리 일행은 긴장하여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먼발치에서 원숭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꽥꽥 소리가 들리더니 원숭이들이 패를 지어 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승패가 결정되었는지 비명을 지르는 녀석을 따라 한 떼의 원숭이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원숭이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내 앞을 지나쳤다. 얼굴의 살점이 찢겨져 너덜거리며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싸움에 진 팀의 대장 원숭이라고 했다. 이곳 원숭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 있으며 해마다 몇 차례씩 싸움을 벌여 패권을 가리게 된다고 알려주었다.

인간 세상도 동물의 세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원숭이들이 한 지역에 살면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고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인류의 역사도 나라와 나라 간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은가. 인간세상의 영토 분쟁이 원숭이들의 패권 다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분쟁지역 국가들만의 싸움이 아니고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조국 한반도를 둘러싼 분쟁의 역학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한반도는 둘로 나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오늘 이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런 치열한 역학 관계 속에서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켜온 수많은 희생을 기억하고자 함이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241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세계 금융, 통화 등은 물론 나라 간의 영토분쟁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계의 초강대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여러 인종과 다양한 민족이 모여 이룩한 나라임에도 세계 각국에 영향력을 미치는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미국 사회 구성원들의 애국심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시작으로 미국은 남북전쟁을 거쳤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세계 제1차 대전, 제2차 대전과 한국전쟁, 월남 전쟁들을 치러 냈다. 최근에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었다. 막강한 경제가 뒷받침되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는 전쟁들을 치를 수 있었겠지만, 그 이전에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조국을 위해 말없이 피와 땀을 흘렸다. 전쟁의 의미와 정당성을 따지기 전에 그들의 헌신을 인정하고 높이 사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수퍼파워로서의 미국 역시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초강력 국력은 그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

 한국은 남북한이 싸우다 제 삼국의 간섭으로 분단의 아픔을 겪고 아직도 독도와 백두산을 사이에 두고 일본, 중국과 티격태격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조국의 현실에서 피 흘리며 살점이 떨어져 나간 채 쫓겨 가는 원숭이 무리가 되지 않고 자기 땅을 굳건히 지키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력을 키워야 한다.

 오늘날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의 경제와 문화는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한국의 성장은 반만년 역사 동안 수많은 외침에 맞서 조국을 위해 산화해 간 순국선열과 호국장병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값진 희생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후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5월 30일은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였고 6월 6일은 한국의 현충일이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는 현충일, 6ㆍ25 한국전쟁, 제2연평해전이 있었던 6ㆍ29 등을 잊지 않도록 6월 한 달을 아예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한반도에 뭔가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2018년 6월을 열면서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도록 목숨 바쳐 순국한 애국장병과 호국선열들의 영령을 추모하고 그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올린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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