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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느의 댓글
06/12/18  |  조회:115  

ABC방송의 시트콤 스타 로잔느 바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시트콤 ‘로잔느‘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 장기간 인기를 끌며 로잔느 바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시트콤 ‘로잔느 아줌마’의 후속편이다. 지난 3월부터 ABC방송에서 다시 전파를 타며 단숨에 1천87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중산층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전편에서 로잔느 바는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주부를 열연해 1993년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바 있다.

 

로잔느 바는 오바마의 비서관이었던 밸러리 재럿이 오바마 정부의 비행을 은폐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트위터의 글에 ‘무슬림 형제단 & 유인원 혹성이 베이비 vj(밸러리 재럿의 이니셜)를 갖고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재럿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이란에서 태어났는데, 로잰 바는 그의 출생과 피부색을 꼬집어 유인원에 비유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로잔느 바는 자신의 트위터에 ‘재럿의 정치와 외모에 대해 나쁜 농담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재럿과 모든 미국인에게 사과한다‘며 ‘나의 농담이 저급한 것을 용서해 달라’ ‘나는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결코 인종 차별주의자였던 적이 없다’라고도 해명했다. 그리고 글을 삭제했다.

그래도 로잔느에 대한 비난이 그치지 않았고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채닝 던지 ABC방송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성명을 통해 "로잔느의 트위터 글은 끔찍하고 불쾌하고 우리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로잔느의 쇼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년 만에 리메이크돼 지난 3월부터 방영한 인기 시트콤 ‘로잔느''''''''''''''''가 주인공 로잔느 바의 트위터 댓글로 전격 취소된 것이다. ABC 방송사를 소유한 월트디즈니컴퍼니 CEO 로버트 아이거도 ‘해야 할 단 하나의 조치이자 마땅한 조치’라며 중단 결정을 지지했다.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로잔느의 한 마디 댓글이 쇼 자체를 취소할 정도로 커다란 피해를 준 것일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날을 세웠고 방송사는 쇼를 중단했을까? 그 까닭을 ‘PC운동’의 영향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PC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PC, 즉 Personal Computer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Political Correctness의 이니셜로 ‘정치적 올바름’, 혹은 ‘정치적 정도’라는 말로 번역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1968년 미국에서 시작된 PC운동은 편견이 섞인 언어적 표현을 쓰지 말자는 사회적 운동이다. 즉 어떤 사안을 접했을 때 그에 대처하면서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말고 공정한 입장에서 보자는 운동이다. 즉 인종, 성,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장애, 종교, 직업, 나이 등을 기반으로 언어와 행동에 차별을 가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지역/종교/사상/인종 등을 근거로 타인을 매도하는 단어 즉,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자는 운동이다.

 

‘정치’란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언가 거창하고 추상적인 개념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도덕적 올바름’ 혹은 ‘윤리적 올바름’이라는 개념을 적당히 포장해서 다르게 부르는 것에 가깝다. 즉 ‘정치적 올바름‘을 다르게 말하면 ‘도덕적 올바름‘ 또는 ‘윤리적 올바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로잔느는 그가 가지고 있는 인종에 대한 편향적 생각을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트위터라는 인터넷 공간에 드러냄으로써 인류가 추구하는 도덕적 올바름을 어긴 것이다. 그의 발언은 그가 비록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사과했어도 인류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올바름의 잣대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쇼는 중단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쇼 중단에 대한 월트디즈니의 지지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고 매도하는 등 도덕적 올바름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인류보편적 가치에 대한 응원인 것이다.

 

인종, 성적지향, 장애, 종교, 직업, 나이에 대한 차별과 편견 갖지 않기. 이렇게 말하고 보면 도덕적 올바름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개념의 이해와 그의 실천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정해졌다면 그의 실천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로잔느 쇼의 중단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리라. 

시트콤 ‘로잔느‘의 한 장면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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