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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앤치즈
06/18/18  

가끔 우리집 아이들에게 “오늘 뭐 먹을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마카로니 앤 치즈 (이상 맥앤치즈라고 하겠음)이다. 다들 알겠지만 맥앤치즈는 마카로니와 치즈를 버무려 만든 서양 음식 중 하나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즐겨먹는 가정식이다. 원래 이탈리아 요리인데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백악관에서 이 음식을 먹으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시중에 인스턴트 맥앤치즈가 워낙 많이 나와 있어서  마치 라면처럼 누구나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우리도 아이들 때문에 맥앤치즈 간편식품 세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처럼 끓이고 치즈 분말 스프를 넣어 먹을 수 있는 크래프트의 믹스 패키지는 무려 1930년대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크래프트 맥앤치즈 박스 패키지를 열면 마카로니와 분말 타입의 치즈 믹스 소스가 들어있다. 조리 방법은 끓는 물에 마카로니를 넣고 7-8분 익힌 후 마카로니를 체에 받쳐 물기를 빼고 치즈 믹스 소스 그리고 기호에 따라 우유, 슬라이스 치즈, 버터 등을 추가해서 섞어 먹으면 된다. 치즈의 짜고 강한 맛을 즐기지 않는다면 냄비에 마카로니 끓인 물을 조금 남겨두어 넣거나 치즈 분말 스프를 조금 덜 넣으면 된다. 그리고 인스턴트 맥앤치즈보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새우나 베이컨, 야채 등을 추가하고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뿌린 후 오븐에 구워내면 된다. 이렇게 하면 인스턴트식품답지 않은 자태를 뽐내며 꽤 근사한 요리로 변신하기도하고 훨씬 맛있기도 하다.

 

나는 한국 사람치고 치즈를 잘 먹는 편이긴 하지만 (어릴 때 샛노란 아메리칸 치즈 슬라이스를 뜨거운 밥 위에 얹어 비벼먹는 걸 좋아했음) 맥앤치즈는 나 역시 많이 먹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김치를 부르는 음식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정말 맛있게 혼자 한 그릇을 비워낸 인생 맥앤치즈가 있었으니 그것은 몇 년 전 혼자 켄터키로 출장 갔을 때 어느 카페에서 먹었던 컬리플라워 맥앤치즈이다. 아삭하게 씹히는 컬리플라워와 부드러운 마카로니의 조화가 훌륭했고 위에 뿌려진 빵가루의 훌륭한 식감은 내게 맥앤치즈의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그 맥앤치즈를 먹은 이후부터는 더욱 더 다른 맥앤치즈를 입에 댈 수 없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 아이들이 하도 맥앤치즈 노래를 불러서 꽤 많은 크래프트 맥앤치즈 패키지를 미국에서 공수해와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먹고 있다. 한국에도 동일한 제품을 대형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다. 미국보다 2-3배 정도 비싸게 판매되고 있지만 워낙 미국에서는1불도 안 하던 가격이니 지금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한 박스가 3인분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2박스를 네 남매가 조금 모자란 듯 남김 없이 싹싹 비우니 진정한 맥앤치즈 러버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도 맥앤치즈는 Comfort food, 즉 위안을 주는 그리운 옛 맛, 엄마 손맛 같은 음식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엄마표 된장찌개나 불고기 대신 맥앤치즈를 손꼽는 것은 뭔가 좀 묘한 느낌이다. 엄마가 해 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던 것은 라면이었다고 기억하는 느낌이랄까…… 

 

불현듯 맥앤치즈를 능가할 수 있는 엄마표 음식 개발이 시급한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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