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와 하는 사업
06/19/18  

뜻이 맞는 사람이 있어서, 혹은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서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이를 합명회사(General Partnership)라 부른다. 이는 법인체를 설립하지 않고 개인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창업자들 혹은 소유주 전원이 회사의 채무와 연대는 물론 모든 업무집행에 무한책임을 지고 경영을 하는 것이다.

 

형식상 사단법인의 일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개인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형식을 최소화하여 주정부를 통한 등록이나 설립절차를 생략하고 동업자들이 함께 사업을 하겠다는 계약서 하나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사업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분의 양도, 대외적 신용과 관련된 금전이나 신용출자, 혹은 입사나 퇴사에 관여하는 중요한 결정권은 동업자들 모두에게 있으며 보통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 일반법인과 달리 구체적이고 정식으로 작성된 정관은 없지만, 보통 사업을 시작할 때 작성되는 동업자들 사이의 계약서를 토대로 운영된다.

 

설립과 운영이 간단하고 도관 과세대상으로 법인세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한데, 사실 생각해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가장 많은 형태의 사업이 합명회사다. 일단 소유주들이 자금 또는 법적으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동시에, 다른 동업자의 행위로 인해 채무에 관련된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이 없는 동업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또 다른 부담이 있다. 또한 합명회사는 수명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합명회사를 조합하는 한명의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퇴사하거나 파산신고를 하는 경우, 혹은 사망하는 경우 합명회사 역시 자동 종료된다. 개인사업자로 보다 불편한 점이 많은데 법인체로 누릴 수 있는 법적보호의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설립이 간단하다는 사실이다. 여럿이 모여서 어떻게 보면 조직화된 사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절차가 없기 때문에 경영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시 해결하기가 복잡해진다. 공동 소유주들의 공식적인 파트너쉽 합의서가 미흡하게 작성될 경우, 혹은 전혀 작성되지 않는 경우 향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합명회사들은 그저 구두상의 합의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당사자들 중 한명이 나중에 합명회사의 존재자체를 부인할 경우 이를 입증하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동업자들이 별 탈 없이 화목하게 우호적으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보통 친구나 가족들과 동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합명회사의 경우 구성원들의 인적 신뢰관계가 그 어떤 종류의 사업체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 미리 어떻게 해체되어 어떤 방법으로 청산될 것인가, 사원들은 누가 얼마나 어떻게 기여를 하며 사업운영에 개입할 것인가 등을 확실하게 문서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두고 동업을 망설이던 고객이 찾아왔다. 동업을 제안한 이가 합의서를 보내왔는데 그대로 서명해도 되는지, 나중에 손해를 보게 되지는 않을는지, 출자의무가 공평하게 분할됐는지 등에 대해 검토를 부탁했다. 10장이 넘어가는 합의서의 조항들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화가 많이 났다. 너무 일방적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파트너쉽 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동업이 파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사항들을 사업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확실히 정리해놓는 과정도 꼭 겪어야 할 관문이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