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교환
04/23/18  

우리집 첫째가 킨더가든에 다니고 있을 때이다아이를 학교에 데리러 갔는데  교실 앞 구석에서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뭔가를 하고 있었다.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주고받으며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차를 향해 걸으며 아이에게 아까 친구랑 무엇을 했는지 물었더니 팽이를 교환했다고 한다.Bayblade라는 팽이와 비슷한 장난감으로 그 당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수집하는 게 유행이었고 아이는 그때 마침  몇 주 전 생일 선물로  8개의 새 팽이를 선물 받았었다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잔뜩 신이 나서 팽이를 가방에서 꺼냈다무심코 봤는데 딱 봐도

친구와 교환한 팽이가 많이 낡아 있었다얼마 전에도 부속품이 약간 부서진 팽이를 본인의새 팽이와 교환해오더니 두 번째였다매번 우리 아이와 팽이를 교환하는 친구는 위로 두살 위의 형이 있어서인지  놀이에 있어서 우리 아이보다 늘 영민했다.

 

넌지시 물어봤다.

"준아네가 오늘 트레이드한 팽이는  스크래치도 많고 낡았는데 괜찮아?"

아이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 건 새 거였는데 낡은 것과 바꾸면......"  '네가 손해잖아'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뭐라고 이야기 해 줄까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가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이것도 아주 빨라."

 

그래아이 말이 맞다바닥에서 도는 팽이일 뿐인데 낡았으면 어떻고 스크래치가 있으면어떠랴그저 잘 돌아가면 그만이지.  그래도 못난 엄마는 아주 잠시 흔들렸다벌써 두 번째 새 팽이를 낡은 팽이와 교환해 오는 내 아이에게 뭔가를 교환할 때는 꼼꼼히 따져 보고계산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을 말해 주어야하나…… 내 아이가 착하고 순수한 아이이길 바라면서도 어디 가서 손해 보거나 뒤쳐지지 않기를 바라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속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바보같이 착하면 왕따가 되는 세상.

착하고 성실한 남자보다도 능력 있고 까칠한 나쁜 남자가 대세인 세상.

너무 착하고 여린 사람은 모두가 불편해 하는 현대 사회에서 내 아이가 무조건 순수하고 착하기만을 기대하는 건 가능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엄마가 거들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게 되고 깨우치게 될 일이니 나는그냥 지켜보고 응원만 해주면 그만일 것을팽위따위에 왜 마음을 쓰나 싶어서 피식 웃음도나온다.  

 

그래도...... 

내 아이가 영리하고 약삭빠른 사람이기보단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세상에서 살고 싶다. 2017년 정유년 새해에는 어진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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