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없는 법률 상담
07/16/18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법에 관한 질문이 있다며 전화가 왔다. 아니, 그와 같은 용건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자주 받는 편이지만, 내게 법률 조언을 구하는 이들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필자와 상담을 해보고 선임을 할 것인가 연락을 하는 고객 부류가 있다면, 그저 친분이 있다고 느껴지는 ‘변호사’라는 사람이기에 연락을 해오는 지인의 사돈팔촌형 부류가 있다. 가끔씩 무료 법률상담센터에 가서 봉사를 하기도 하고 각종 칼럼에 기고를 하기도 하지만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다짜고짜 법과 관련된 질문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법적인 문제로 인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은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라면 기꺼이 답변을 해주는 편인데, 간혹 질문을 받는 동시에 상당히 난감한 순간들도 있다.

 

아무래도 연락처를 신문에 공개하며 법률서비스를 선전하는 입장이라 더 그럴 수도 있지만, ‘나 아는 사람이 변호사니까 무엇이든 물어보면 다 대답해줄 거야!’ 식으로 필자의 연락처가 지인을 건너 띈 지인에게 전달되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형태로 전문지식을 제공하기를 바라는 것 같은 경우가 있다. 비단 변호사라는 직종이 아닌 의료, 경영, 교육을 비롯해서 그 어떤 분야의 전문직에 종사하여도 비슷한 경험에 노출되지 않을까 싶다.

 

어디를 가도 명함을 내미는 순간에는 ‘주로 어떤 법률 업무를 하시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지만, ‘변호사’라는 직함만 보고 법에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경우에는 ‘저는 상법변호사라서 그런 건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른 전문가에게 여쭤보심이’라며 말문을 흐려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사실 자신 있게 누군가에게 법률 상담을 제공하기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듣는 이가 내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에 의지하여 행동이나 선택에 변화가 오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다르게 변호사의 업무가 상당히 세분화되어 특별히 담당하는 분야가 제법 정확하게 정해져있는 미국 변호사로서는 모든 법률 분야에 전반적인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니어도, 그 지식이 깊다고 보기도 힘들다. 변호사 시험을 보고난 후에는 주요업무 분야만 파고들어 매진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비전문 분야의 질문들은 접촉사고, 명예 훼손, 정부기관이나 교육기관의 행정에 관한 문제들인데, 주변의 변호사 동료들의 말로는 이혼, 이민, 신탁, 온갖 민사소송과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일단 특정 분야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기에 앞서 아무 변호사에게나 물어보는 것인지,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묻는 이들의 답변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님에도 그로 인해서 ‘무슨 변호사가 그것도 몰라? 변호사라고 비싸게 구는 거야?’ 등의 분노를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필자도 전혀 모르는 법이 너무나 많다. 필자에게 군형법이나 채권추심에 관해 물어보는 것은 피부과 전문의에게 심장수술에 관한 질문을 하며 치과의사에게 허리디스크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능력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쓸모 있게 쓰일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공익 차원에서라도 최대한 나누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법조인들을 향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법문 지식을 나누고 싶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다보니 틀린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와 그에 따른 부담감 역시 크다. 사실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지만, 말 한마디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유효한 말 한마디를 하기위한 그만큼의 번뇌와 연구가 따른다. 또한 상의를 받아 전문적으로 법률 상담을 해주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직무상 진실, 성실 의무를 비롯해서 의뢰인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 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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