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관한 고정관념
07/23/18  

항상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고객의 거짓말이다. 그 밖에도 수임료를 미납하는 고객이나,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고객, 연락이 안 되는 고객, 그런가 하면 연락을 쉬지 않고 하는 고객 때문에 난감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일의 처리를 지연시킬 만큼 비협조적인 고객들의 공통적인 습성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말이 안 통할 정도로 좀처럼 굽혀지지 않는 고정관념이다.

 

푸념을 늘어놓기 위해 이런 서론을 피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수시로 변화하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법에 대한 인식, 그리고 법의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생활에, 혹은 필자 본인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게 된다. 법에 관한 질문을 하러 왔는데 변호사라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못 미더울 때가 있는 것은 어쩌면 어느 정도는 당연한 현상이다. 법조인들에 대한 인식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한 개인으로서도 모든 이에게 100%의 믿음과 확약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변호사가 신뢰를 주지 못해서 못 믿는 게 아니라 변호사의 입을 통해 전달받는 정보가 고객 본인이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기 때문에 못 믿는 경우에는 뭐라고 해 줄 말이 없다.

 

얼마 전 한 고객이 필자를 통해 법인을 설립했다. 그 후 일정한 기한 내에 해당 주정부에 법인에 관련된 연례보고서를 등록해야 했는데, 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일어났다. 그 고객의 경우 수년 간 다수의 법인을 설립하고 등록한 경험이 있었는데, 최근 주정부에서 변경한 서류 양식과 등록 형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분명히 내 방식대로 지금까지 잘 진행해 왔는데 변호사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제가 하던 방법이 나옵니다.” 한때 고객이 고집하던 방법이 정석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마지막으로 법인을 등록한 것은 수년 전이었다. 매우 간단한 법이지만, 법이 변화했음을 수용하기가 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고객이 귀를 막고 있으니 필자가 더 이상 도와주기가 힘들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법률상담센터를 찾아오실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는 한다. 변호사로서 알고 있는 법률지식을 소신껏 동원하여 법률상담을 해 드리지만, “내가 지금 내 방식대로 수십 년 간을 살아왔는데 젊은 분이 내 답답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모양…...”이라고 주장을 하시는 경우에는 변호사로서 더 이상 어떻게 어떤 조언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좋으나 싫으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고, 특정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지역에 거주하려면 그곳에서 통용되는 법을 따라야 한다. ‘좋으나 싫으나’라는 말은, 법이 항상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안타깝지만 약물 투여나 의료적 시술로 건강상의 모든 문제를 항상 말끔히 해결할 수 없듯이, 법률에 종사하는 누군가가 나선다고 해서 모든 법률상의 문제를 항상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정관념의 사전적인 의미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굳은 생각인데, 우리의 일관된 생각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고정관념은 인종이나 직업, 남녀의 성 역할이나 특정 문화를 접하는 태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을 따르는 방법에도 반영되는 듯하다. 물론 고정관념이 늘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종종 생각이 왜곡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과연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준법정신을 펼칠 것인가 “남들”이 말하는 편법으로도 별 탈 없이 살아왔으니 본인의 뜻을 고집할 것인가, 혹은 본인의 편향된 정보 이외 범주의 정보들을 불관용하여 때로는 불법행위를 할 것인가처럼 말이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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