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홈으로 나는야 1.5세 아줌마
Made in USA
04/23/18  

어릴  한국에 살았던 나는 미국제품이라면  좋은  알았다수입상품점에 가면 아줌마들이 바글바글  것을 보면서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엄마가 종종 사주시던 미제 슬라이스 치즈는 유년시절  최고의 호화로운 간식이었다내가 초등학교 다닐  아버지께서 미국 출장길에 연필이며 색연필마커  학용품을 사오셨는데 어찌나 좋았던지 서랍에 고이 모셔 두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보여주곤 했었다

그런데 그때 쓰던 크레용색연필이 아직도 변함 없는 디자인과 패키지 그대로 팔리는 걸보면  신기하다디자인조차  바뀌고 팔리니 말이다지우개가 달려 있는 노란 연필 #2 펜슬(한국에  적엔  연필조차도 몹시 멋져 보였음) 아직도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교실을 둘러보면  연필을 쓰고 있는 학생이 절반 이상이었다가끔예쁘고 특이한 학용품이 보이면 주인은 전부 동양계 아이들이었다

미국에 살면서 나는 볼품없고 투박한 미제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어느덧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Made in Korea 국산을 선호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수입된 제품들을 2배씩 비싸게 구매하기도 했고 한국 브랜드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에서 생산된 신발양말들을 마주할 때마다 괜히마음이 뿌듯해지곤 했었다그래도 90년대까지는 전자제품만큼은 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서 전기밥솥은 코끼리, TV 비롯해 각종 전자제품들은 Sony 최고로 인정받고 있었는데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렸다놀러간 베트남 친구네 집에 쿠쿠밥솥이 버젓이 자리잡고있었고 삼성이나 LG 전자제품은  당연 최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쩌다가 한국을 방문할 일이 생기면 지인들 선물용으로Made in USA 제품을 찾는데 애를 먹게된다미국에서 사가는 선물이니 당연Made in USA 사야겠다는 다소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열심히 찾아보지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특히 요즘엔 그야말로 Made in China  빼면  것이 없다.  장난감,  학용품신발장식품 등등심지어 고가의 괜찮은 브랜드를 들여다 보아도Made in China 태반이다옛날에는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은근히 불안하고 괜히  좋아 보이곤 했는데 요즘 그런  따졌다가는 아무 것도  산다그리고 Made in China 너무 홀대받으니 아예 인건비가  저렴한  가난한 나라에 생산을 맡기고 생산지 표기를 애매하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을 비판하고 Made in USA우선 정책을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의 남성복 콜렉션 수트넥타이셔츠안경 등도 모두 해외에서 생산되었다고 하니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어느덧 우리는 Made in USA 찾아보기 힘든 미국에 살고 있다

 대통령의 새로운 정책과 공약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우려 섞인 기대를 하며 한국에 계시는친지들의  선물은 당최 무엇으로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며  글을 쓴다.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과연 Made in USA 제품만 취급하는 사이트도 존재한다그러나 정말 허접해서  말을잃게 만든다……! 올해도 진정 비타민이 답인 것인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