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08/13/18  

뉴욕에서 사업을 하는 대학 동창생이 LA에 왔다면서 연락했다. 친구는 LA 지역에 거래처들이 있어 사업상의 일로 자주 방문하며 올 때마다 식사를 하곤 한다. 식사하면서 친구와 미중 무역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친구는 벌써부터 뉴욕과 뉴저지 부동산 시장에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사들였던 업체나 빌딩 등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에게 소유한 미국 내 부동산이나 기업들을 팔라는 지시를 하지 않고서야 갑자기 많은 매물이 쏟아져 나올 리가 없다면서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자유롭게 달러를 미국으로 송금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서민들이 사용하는 소비재 상품의 2/3가 중국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관세부과로 중국산 물품들의 수입 원가가 20~30%나 올랐다. 그렇다고 물건 값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이 구입을 하겠느냐며 영세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3일부터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7월 6일부터 34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자 2단계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 무역대표부는 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요구하거나 압박하기 위해 합작 벤처 요건과 외국인 투자 제한, 행정 지도와 허가 절차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될 경우, 중국의 피해가 미국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기술력에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특히 핵심 기술에 대한 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미 무역 흑자 폭이 줄어드는 만큼 중국의 경상 수지 흑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점을 중국 지린대학교 경제학과 리샤오 교수는 지난 6월 지린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지적한 바 있다. 리 교수는 ‘미중 무역전은 우리가 가장 원치 않았던 일이자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라면서 주도권이 미국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무역 분야가 아니라 이로 인해 국민들이 갖게 되는 깊은 우려와 위기감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1985년 6억 달러에서 2017년 3,752억 달러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미국의 총 대중 무역 적자는 4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 작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미국 대외 무역 적자 중에서 거의 50%를 차지한다.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10년 이후 8년간 평균 78% 증가했고, 어떤 해는 130%를 뛰어넘었다.

 

리샤오는 “중국은 전형적인 무역국가이며 위안화는 세계 화폐가 아니다. 화폐 신용을 달러와 같은 다른 화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경제 발전, 군 현대화 건설, 대국 외교, 일대일로 모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외화 보유고 규모가 중국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왜 무역전쟁을 일으켰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제 3국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미국은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역전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다. 결국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패권대결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패권대결’이라는 근본적인 갈등 원인만 해소된다면 언제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과업인 ‘대중 무역수지 적자 축소’와 ‘중국 시장 추가 개방’에 시진핑 주석이 응한다면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는데다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확전보다는 협상을 통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적자 축소, 시장 개방의 범위와 시한 등 양국 간에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에 대항해서 굴복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1970년대 80년대에 미국에 대항하며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일본도 그러 나라들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은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르며 1990년부터 20년 이상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

 

중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왜 몇 개월 사이에 미국을 두 번씩이나 찾아와 머리를 숙이고 갔는지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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