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다리
08/20/18  

“한반도 통일은 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온다. 그 시기는 2030년 이전이다."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조지 프리드먼 박사가 4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 2014'에서 한 말이다. 코넬대 정치학박사인 프리드먼은 세계적인 정치 분석가이자 미래학자이다.

 

자신의 저서 '100년 후'(The Next 100 Years)에서도 프리드먼은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안에 남북이 통일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의 예언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올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남북 정상이 만나 판문점 공동선언을 이끌어 냈고,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나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이어졌다. 그런 만큼 우리 한인들은 일제로부터 독립한 지 73주년이 되는 올해 광복절을 다른 어떤 해보다 더 하나된 한반도를 기대하며 맞이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로 향하는 여정을 공들여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 이후, 남과 북은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남북은 군사당국간 상시 연락채널을 복원해 일일단위로 연락하고 있다. 서해는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바다’로 바뀌고 있고 공동번영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의 시범적 감시초소 철수도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남북 공동의 유해발굴도 이뤄질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되었다. 앞으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되었다. 앞으로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며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남북 간, 북미 간 합의한 사항들이)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다.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이룩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며 통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경제적 공동체를 이뤄야 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밝힌 통일로 가는 과정은 단단하게 다져진 경제적 초석 위에서 남과 북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가장 보편적인 통일관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다수 국민들의 의사가 아닌 일부 소수 위정자들의 이익을 기반으로 통일 논의가 진행되고, 한반도의 미래가 오로지 그들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우리 민족에게 어떤 변화가 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리를 건너면서 그 다리가 무너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남북이 통일로 가는 과정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먼저 굳건하게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튼튼한 상판을 얹어야 무너지는 일이 없다. 그저 통일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에 빠져 성급하게 다리를 놓는다면 언젠가는 하릴없이 무너져 내려 더 큰 피해만 남길 수 있다.

 

설사 좋은 자재로 튼튼하게 다리를 놓았다고 하더라도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는 속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 지난 14일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무너지는 다리를 보면서 우리의 통일을 걱정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서두르지 말자. 남북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 즉 국제 정세도 살펴가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민족을 위하는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바르게 판단한 후 나아가자. 소처럼 느리게 나아갈지라도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9월, 문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한다. 과연 그의 방북이 그가 말한 것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발걸음이 돼 통일의 초석을 닦을 것인지 아니면, 양국 정상이 만들어낸 한바탕 정치쇼에 그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프리드먼의 예언대로 2030년 이전에 통일이 이루어져 38선을 넘고, 판문점을 지나 북으로는 압록강, 두만강 물에, 남으로는 한강, 낙동강 물에 손을 씻고 백두산과 한라산에 핀 야생화의 향기를 맡을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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