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어머니’
08/20/18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면 뜻하지 않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자주 듣는다. 내가 나이 먹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또, 나를 부를 더 그럴 듯한 호칭을 찾지 못한 탓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요즘은 ‘아줌마’라는 호칭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 그 대신 일견 무난해 보이는 ‘어머니’란 호칭으로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진 ‘어머니’라고 불리는 게 참 어색하고 불편하다.

 

며칠 전 아이들을 데리고 고기집에 갔는데 한 남자 직원이 뜨거운 음식을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며 “뜨거우니 어머니 쪽에 놓아 두세요!”라고 말하는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친절한 어조였고 내 양옆으로 아이들이 있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호칭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갑자기 고기를 먹다 말고 ‘어머니’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 몰두했다.

 

아이들 학교나 어린이 집, 아이들과 관련된 곳에서 나를 ‘어머니’나 ‘00엄마’라고 부르는 데는 위화감이 전혀 없지만 식당, 마트, 버스 안, 그냥 마주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면 뭔가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실 아이가 넷이나 되고, 아이들도 제법 컸으니 누군가 나를 부를 때 ‘어머니’라고 해도 그리 억울하지 않을 법도 한데 아직도 기분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

 

나보다 세 살 위인 우리 시누이는 미혼이다. 멋지게 일하는 전문직 골드미스이자 네 명의 조카를 둔 고모인데 평소 아이들은 안 좋아해도 조카들은 예쁘다며 직접 놀이공원 연간패스까지 끊어서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열성을 보인다. 그런데 조카들을 데리고 나가면 자꾸 남들이 ‘어머니’라고 불러서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일일이 “전 얘네 엄마가 아니고 고모예요. 심지어 아직 미혼이랍니다.”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보다 훨씬 억울하고 난감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칭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고 변화했으니 어머니라는 호칭이 정확히 언제부터 대중화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머니’라는 호칭은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예의 바르게 접근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누군가의 어머니일 수는 있어도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사람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또, 평생 그 누구의 어머니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이와 동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어머니’라고 불린다면 당혹스럽기도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 미국처럼 남녀노소 상대방을 지칭할 때 ‘You’라고 하지 못하고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불러야 하는 것이 한국의 관습이다 보니 나이 든 여성을 편의상 ‘어머니’로 통칭해 부르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나처럼, 혹은 아이들의 고모처럼 ‘어머니’라는 호칭이 낯설거나 당황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더 적절한 호칭을 찾거나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를 “어머니!” 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네 명의 아이들만으로도 난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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