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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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04/23/18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아이의 몸은 마치 난로처럼 몸에 닿는 모든 것을 달굴  같았지만 해열제를 먹여도 쉽게 열이 가라앉지 않았다.  게다가 토를  유발하는 깊은 기침으로 아이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자는 도중에도  번씩 울면서 깨는 아이를 안고   차례 자장가를 불러야만 했지만 아픈 아이가 안쓰러워 몸이 힘든 줄도 모르고 가슴만 타들어 갔다하루  종일 재잘재잘 말도 많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까불기 좋아하는 녀석이  쳐져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으니 엄마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다.  내가 외출    꼼꼼히 아이 손을 씻기지 않아서 그런  같다.  며칠  비가 쏟아지던    따뜻하게 입히지 않아서 그런  같다.  고작 감기에 걸린 것인데도 엄마로서  수많은  후회와 자책이 따라 온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평생 처음 겪는 열감기에 어쩔줄 몰라 괴로워하는  아이의 고통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대신 둘러메고 싶다.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며 적지 않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사랑 받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대신해서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같다.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 때문에 함께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본 적은 있지만 이토록 가슴 끓여본 적도 없었다부모나 남편이 아프면 처음에는  안쓰럽다가 병이 지속되면  어느새 나도  지치고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괜히 생겨  말은 아닐거다.  그러나 자식은 그렇지 않다 작고 연약한 존재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고 아플수록 나에게 더욱 강하게 의지하는 아이를 온힘을 다해 지켜주고 싶다.

 

큰아이가     일이다무슨 일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무엇 때문에 나는 그날 힘들었고 그만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은 손에 꼽을정도인데  그때가 바로  날이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제 겨우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한 아이가 말했다. “엄마 너무 힘들어엄마 너무 아파.” 너무 따뜻한 위로였다아프고 힘든 나를 알아준 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완벽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그날나는  아이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훗날 너로 인해 눈물 흘려야 하는 날이 오면 그때  위로를  기억할께라고 다짐했다아이가 얼마나  기쁨을 주었는지 잊지않겠다고.

 

자식은 그렇다나를 힘들게 하고도 나에게 가장  위안을 준다  없이 약속을 어기고 실망을 시키고 예상치 못한 것들로 나를 놀라게 하지만  모든 것을 뒤집고 세상을 살맛 나게 해주는 것도 자식이다그저   먹는 것만 봐도 흐뭇하고 자고 있는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아픈 아이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난 오늘은 유난히  하루다감기를 키운다는 말이 있는데오늘은 왠지 감기가 자식처럼 느껴진다두통콧물과 오한에 시달리면서도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감기는 끝이 없을 것만 같지만 어느날 갑자기 씻은  사라진다.  아이 때문에 가슴 졸이며    시간들허리며 어깨 통증으로 눈물을 찔금 거렸던 순간들도 모두 지나가리라 안에 있을     안아주고 입을 맞춰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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