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행복
04/23/18  

차에서 빨간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나 식탁 의자에 앉아  익은 깍두기와 밥을 우적우적 씹고 있을 때는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된다정말 기발한 이야기 소재가어쩜 그렇게 잘도 떠오르는지 당장 달려가서 뭔가를 긁적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그러나막상 펜을 손에 쥐거나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려 놓으면  풍성했던 생각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머리에는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열정을 다시 리셋해 주는 것이  가지 있기는 하다글쓰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나 마땅한 제목이나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글쓰는 것을 포기하고만 싶을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이다. 쓰는 것이 좋아서 뭔가를 긁적이고는 있지만  부족함 투성이인 나에게 다른 작가들의 수필이나 단편집은 믿고 먹는 건강보조식품같은 역할을  주곤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이렇게  축축 처지고 늘어지는 나를 일으켜주고 한숨을 미소로 바꿔주는 사소한 행복들이 은근히 많다.  책상  구석이나 책장방안 여기저기에서 누군가 나에게 선물했던 물건들이나 뭔가 의미 있는 물건들을 찾아 보자매일  안에 있어도 눈길 한번제대로 주기가 힘들지만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선물을 샀겠구나’ 생각을 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당장이라도  사람을 불러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진다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시원한 맥주  잔이나 향이 좋은 와인  잔도 좋을 것이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푹신한 소파가 있는 찻집에서  시간이고 수다를 떨어도 좋겠다

가끔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지끈거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나무풀과 같은것을 바라보는 것도 추천한다개인적으로 나는  방법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정말 뛰어난효과가 있다 야외로 나갈 필요 없이 창밖을 바라보거나 실내에 선인장 화분이나 꽃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푸르름을 느낄 수가 있다 살아 움직이지 않더라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나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어 준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를 앞에 앉혀 놓고 세상에 나만 혼자인  같다고 푸념하며 한숨을 내쉬지 말자그들의 자리가 슬퍼진다 친구는 나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다가 아무 것도해   없다는 사실에 말을 아끼고 행동을 주의하는 것이니 무관심하다며 섭섭해 말자나를위해 소리 없이 기도하고 있을  사람을 잊지 말자.

주위를 둘러보면 오늘도 감사한  투성이다
추운날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라면과 빠질  없는  익은 김치,   귀를 간지럽히는 달콤한 추억의 노래보고  봐도 자꾸만 보고 싶은  님의 미소 소중한 친구와의  안부 문자한 최고의 섹시 스타 마를린 몬노가  사이즈 10 이었다는 반갑고 즐거운 뉴스오늘따라착착  붙는 화장발남의 남자지만 대리 만족으로 충분한 드라마 주인공들,  믿거나 말거나싱겁지만 오늘도 나를 웃게해 주는 농담 한마디......
유난히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냈다면 그대에게 “Breathe!  It’s just a bad day. Not a bad life.”라고말해주고 싶다사소한 행복 속에서 오늘도 힘을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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