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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끼리
09/04/18  

무더위의 끝자락이었던 이 주 전, 1학년인 셋째 아이 친구들 여섯 명을 모아 함께 한강 야외 수영장에 다녀왔다. 형제들까지 더하니 어린이 12명, 엄마 6명 총 18명의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고 엄마들은 텐트 그늘 밑에 앉아 챙겨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꽃을 펼쳤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아빠 없이 물놀이를 하는 것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는데 여자들끼리 짐을 나르고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일은 다소 피곤했지만 엄마들끼리의 공통 화제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 재미있기도 했다.

 

한강 수영장은 내가 어릴 때도 가족과 함께 찾던 곳으로 그 당시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여름 방학마다 으레 찾는 명소같은 곳이다. 1년에 한 번 가족이 함께 수영장을 가는 날이면 엄마는 김밥, 치킨, 과일 등 바리바리 음식을 싸 가서 물놀이하다가 휴식 시간마다 돌아오는 아이들 입안에 넣어주기 바빴고 아빠는 아이들의 물놀이를 전담 마크하며 이날 하루만큼은 온몸으로 봉사하는 날이었다.

 

요즘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뭇 달라진 풍경은 아빠 없이 엄마들끼리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그룹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주중에는 어딜 가든 말할 것도 없이 여성 그룹을 압도적으로 많이 만나게된다. 식당, 카페, 키즈카페, 놀이터, 공원, 박물관, 미술관, 백화점 그 어느 곳에서든 말이다. 물론 나 또한 여자들과 함께이고.

 

대충 패턴은 이러하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한번쯤은 유모차 부대 일원이 되어본다. 또래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하니 만나서 밥 한 끼라도 먹으려면 유모차를 밀면서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학부모 모임이 생겨난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엄마들은 동네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학원 정보를 나누고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저녁 메뉴를 공유한다. 자녀들이 학교를 마치고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동창회 모임, 학부모 모임, 운동 모임, 종교 모임, 주민 모임 등이 다시 활발해지며 함께 운동이나 등산,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모임과 활동에서 남편들은 제외되는 경우가 흔하고 주위에서 이런 현상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도 이런 여자들만의 활동이 계속되는데 나도 주말에 몇 번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들끼리 함께 놀러갈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주 5일 근무하고 주말에만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남편을 배제하고 주말 계획을 짠다는 것에 뭔가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들었고 남편도 내심 서운한 눈치였다. 내가 제안을 몇 번 거절을 했더니 이제는 자연스레 나에게 묻는 일도 줄어들었고 뜬금없이 우리는 “부부 사이가 좋은 집”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타이틀까지 얻게 되자 슬슬 궁금해졌다. 아빠들은 대체 다 어디있는걸까? 과연 남자들은 여자끼리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내심 서운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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