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불량 주부
04/23/18  

나는 불량 주부다.  굳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이게 바로 나다

1.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쇼핑도   사람이 한다고 자고로 득템을 하려면 쇼핑을 좋아해야 하고 즐겨해야 한다세일 기간을  이용하고 블랙프라이데이같은 대박 세일을 위해 시간과 발품 파는 세일 광고 자료 수집 등은 기본이다그러나 나는 세일코너를 뒤지는 일에 게으르고  입어 보는 것도 귀찮아서 사고 싶은 제품이 예상보다 비싸면 차라리 그냥 구매를 포기해 버린다그러니 쇼핑 가서 제대로 옷을 건지는 법이 없다

2. 
먹는    아낀다
누군가 말했다. "먹는  쓰는 돈이 제일 아깝다어차피 배설되어 나올 음식인데  먹으면 어떠냐고 굳이 음식에 비싼  들여야 하냐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당시에도 나는여전히 맛있는 음식들을 상상하고 있었던 듯하다

3. 
너무 긍정적인 것도 흠이다.
중학교 1학년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지갑 안에는 2천원쯤 들어 있었던  같은데 그돈이 얼마나 아깝던지 밤에 잠이  안왔다특히 시장에서 내가 직접 구입한 작은 배낭 모양의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속이 상해 며칠간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고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졌다.   이후부터  자신에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던  같다아끼는 물건을 분실했을 때나억울하게 바가지를 썼을  "괜찮아누군가  쓰고 있겠지."하면서 원래부터  돈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4. 
물건값 깍을  모른다
나는 마켓이나 백화점에서 정찰제로 물건을 사는  차라리 마음 편하다가격표에 나와 있는가격대로 지불하면 그만이고 비싸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니 차라리 속이 편하다.  가끔 야드세일이나 벼룩시장한국의 재래시장동대문 같은 곳에서 쇼핑을 해야 하면  마음이 괴롭다. 마디하면 가격이 달라질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말 싸게 드리는 거예요."라고 말하면 더이상의 흥정을 그만두고 그대로 믿고 사고 싶다. "에이아까 갔던  집은  싸던데……  깍아봐용~~~"하면서 피곤한 흥정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만다.

5. 
빌려준 돈을 잊어버린다
어느  단짝 친구가 미안한 표정으로   불을 내밀었다화들짝 놀라서 "이게 뭐야??!!!" 했더니 나에게서 빌린 돈을 뒤늦게 갚는 것이라고 했다이미 빌린 돈에 일부를 갚고 잔금으로 천불이 남아 있었는데 친구의 형편상 늦게 주게 되었다는데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친구가 잊어버렸다면 나도 평생 잊고 살았을 것이다애초부터 받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거나.

  
6. 
수상한 음식물을 무조건 버린다.
유통기간이 하루라도 지난 음식곰팡이로 추정되는 점이 보이는 음식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알뜰한 살림꾼들은 먹지 못하는 음식물도 어떻게든 재활용이라도 해서 쓰던데 무식하면  수없다고 이상하다는 것이 감지되는 순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좋은 음식 먹고 탈나면아끼지 아니한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7. 
손재주가 없다.  
벼룩시장에서 사온 싸구려 제품이나 낡은 제품들을  가지 도구 들고 두들기고 칠하고 해서말끔한  물건으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재주꾼들은 텔레비전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요즘은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구할  있기에  가구도 말끔히 페인트로 칠해서 재활용하고커텐도 재봉틀로 두르르륵~~, 비즈로 악세사리도 직접 만들어 착용하던데…...  돈도없지만 손재주마저 없다괜히 어정쩡하게 시작한다고 준비물만 사들이는  낭비라고 여긴다

나도 어릴  내가 똑소리’ 나게 알뜰하고 솜씨 좋은 주부가  것이라고 자신했다그러나 나는 애초부터 흠잡을  없는 훌륭한 주부의 면모를 갖고 있지 않았던 듯하다.  어쩌다 보니 불량 주부가 되었지만 대신 주부들은 모두 겪는다는 주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졌고 나름 이생활을 즐길  있게 되었다어차피 완벽해질  없다면 느긋해지는 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본다.  이런 나라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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