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09/17/18  

9월 14일,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에 설치키로 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문이 열렸다. 이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였다. 그동안 남북 간에는 판문점 연락채널이 가동되어 있었고, 군 통신선 등도 구축되어 있었지만 이들 채널은 단순 메시지 교환에 그쳤으며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연락 두절이 반복되었다.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이 관계 전반에 걸쳐 상시 협의할 수 있는 첫 소통 채널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며 24시간, 365일 연락이 가능해져,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간 책임 있는 상시 협의 채널을 제도화함으로써 남북 협의는 형식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봐 가며 향후 연락사무소를 서울·평양 상호대표부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공동연락사무소가 제대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남북은 주 1회 연락사무소장 회의를 진행하고, 여러 부처에서 파견된 수십 명의 남북 요원이 각각 상주근무하면서 교섭과 연락, 회담, 협의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교류 협력, 사업 지원 등의 업무를 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상시적 협의 소통 채널로 정착해 나갈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 안정으로 이어지고 북미간 비핵화 협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연락사무소는 1974년 동독에 설치됐던 서독의 상주대표부사례를 보더라도 그 전략적 가치가 크다. 서독 상주대표부의 일상 업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동독 지역 방문 서독 주민의 법적 보호와 그들에 대한 편의 지원 및 정보 제공이었다. 서독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은 내독관계가 정상적이든, 아니든 항상 동독의 고위층 또는 실무진들과 접촉할 수 있는 대화와 협상 채널 구실을 한 것이었다. 동서독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교류 활성화를 지원했고,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직접 개최·후원했다. 더구나 우리가 가장 주목할 대목은 상주대표부가 이산가족 상봉 사업도 추진한 점이다. 대표부는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과 편지 교환 업무 등도 수행했고, 실제 적지 않은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었다.

 

이번 연락사무소 개소는 남북한이 합의한 것을 지켰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이런 관행을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지원은 한국 정부의 활동과 편의를 위한 목적에만 제한적으로, 그리고 대북제재 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으며 동시에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아직도 각종 대북제재와 규제의 고삐가 늦춰지지 않고 있다. 남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규제에 벗어나는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그전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신속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도 숨을 고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다. 현재의 숨가쁜 행보에는 무언가 편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줏대나 소신없이 북측에 끌려가는 식으로 진행하거나, 시간에 쫓기며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 준다면 결국 북측만 실컷 이득을 챙기고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 연락 사무소는 열었으나 내용적으로 양 측이 소통과 협력의 준비가 되어있는지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는데 연락 사무소의 정식 명칭이 그것이다. 건물 우측 상단에는 '공동연락사무소' 라고 남한 식의 표기가 되어 있고, 현관에는 북한 식으로 '공동련락사무소' 라고 표기되어 있다. 통일을 위해 연락사무소를 세우면서 이름 하나 통일을 못 시킨 것이 마음에 걸린다.

 

궁극적으로 남북연락사무소는 동서독의 연락사무소처럼 남북 간 포괄적인 교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토대가 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사무소를 조기 개소한 남북한의 결정이 옳았기를 바라며 진정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민족의 오랜 숙원인 통일로 가는 길의 문이 되기를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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