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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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04/23/18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사람이나  나보다 식구들챙기기에 바쁜 엄마들에게 제대로된 아침 식사는 사실상 거리가  이야기이다그나마 시리얼이나  한쪽 입에 넣을 시간이 있었다면  날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아침을  챙겨먹지 못하니 점심 시간은 꽤나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매일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일은 귀찮으면서도즐거운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학창 시절에는 점심시간이 학교 일과중 가장 기다려지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눈과 눈을 마주하고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교실에서 체하지도 않고 잘도 먹었다.  교실 안에 떠드는 소리뒹구는 소리책상과 의자 끌리는 소리교실  열고 닫히는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밥맛만 좋았다.   당시엔 엄마의 노고따위는 안중에 없고 반찬이 반복된다며 툴툴거리기나 했지만 막상 엄마가 되어 도시락을 싸야 하는 위치가 되고 나니 매일창의적인 도시락을 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학 다닐 때는 일정한 점심 때가 없이 비는 시간에 맞춰 요즘 유행이라는 혼밥 (혼자 먹는 밥또는 그런 행위 먹곤 했다주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제일 저렴한 메뉴로 간단히 해결했고 날이 너무 덥지 않은 날에는 테이크아웃한 음식을   안에서 먹고 다음 강의까지 시간이 남으면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운이 좋아 그늘에 차를 주차하고 창문으로 산들산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면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없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학창 시절처럼 다시 정해진 시간에 점심을 먹을  있게 되었고  퇴근 시간 다음으로 기다려지는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였다주로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했는데 도시락을 싸가서 나누어 먹기도 했고 도시락 반찬이 질려갈 때쯤  차를 타고 나가서 외식을 하기도 했다비오는 날은 월남국수나 짬뽕맑은 날은 샌드위치나 샐러드…… 이렇게  함께 메뉴를 고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주로 더치페이를 했지만 어쩌다가 보스가 계산을 하는 날에는  함께 나누어 먹을 에퍼타이저를 한두  추가해서 주문하기도 했고 평소 마시던  대신소다를  주문하며 사치를 누리기도 했다.

자영업자가 되고부터는 점심시간이 전보다 자유로워졌다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로서리 쇼핑을 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기도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질 때쯤 일어서야하는 것이 흠이지만 점심을 함께할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

 

나의 점심시간은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조금씩 달라졌지만 언제나 나의 하루에  위안이 되어주었고 나는 그렇게 다시 힘을 내서 남은 하루를 견뎌낼  있었다.  점심시간에  리프레싱이제대로 되지 않으면 남은 오후가 괴로워지는 경험들을 한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점심으로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은 날은 오후 내내 머리가 아프고 평소보다 과식한 날은 서너 시쯤 잠이 쏟아져 집중력이 흐려지기도 한다어쩌면 점심시간은 그저    떼우는  이상의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먹고  쉬는 점심시간이야말로 하루의 가장 달콤한 순간이 아닐런지……

오늘 점심은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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