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09/24/18  

세계적인 대형 유통업체로 손꼽는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가 야심차게 한국에 진출했다가 제대로 물먹고 철수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접해 익히 알고 있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세계적인 기업의 국내 진출 실패를 굴러들어온 돌 막아낸 듯 뿌듯해 했고 어떤 이들에게서는 긍지와 애국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해외 대형 유통 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하여 한국을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이라고 한다던데 아직 Costco (코스트코)만은 예외인 모양이다.

 

추석을 맞아 손님을 초대할 일이 생겨 어제 모처럼 코스트코로 장을 보러 다녀왔다. 미국에 살때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라 우유와 달걀만 떨어져도 찾던 곳인데 한국에서는 간신히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고있다.  코스트코 장보는 일정은 대략 서너 시간은 잡아야 하는 코스이다보니 한 번 다녀 올라치면 큰 마음을 먹고 미리 계획을 짜야하는 것이다. 어제는 주말이 아니여서 괜찮겠지 싶었는데 미리부터 추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벼 주말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일단 내가 사는 지역에는 코스트코가 없어서 차로 왕복 한 시간인데 주말에는 주차장 진입하는 데만 추가 삼십 분이 더 걸린다. 겨우 주차만 했을 뿐인데 벌써 지치는건 왜인지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회원권을 체크한다. 한국 연 회원권 가격은 4만 원이 채되지 않아 미국보다 저렴한데 회원권 문화가 익숙지 않아서인지 회원권을 구매하지 않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매장에 가보면 회원권이 있는 친구나 가족을 따라 여러 명이 함께 쇼핑하는 그룹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다.

 

주차장부터 막히는 날은 당연히 매장 안도 인산인해인데 특히 정육 코너는 정말 카트를 밀고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시식코너도 인기인데 워낙 줄이 길어서 나는 아직 한번도 먹어본 적은 없다. 한국의 일반 마트와 달리 시식코너에서 나눠주는 음식 양이 푸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층으로 나뉘어있는 커다란 창고형 매장을 다 돌고나면 계산하기 위해 길게 늘어진 줄 어딘가에 선다. 한국 코스트코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특정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 꼭 그 카드로만 결제를 하게 되어 있는데 미국과 달리 현금카드도 받지 않아 현금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결제를 마치고나면 허기진 배를 달래려 피자라도 한 쪽 먹으려고 푸드코너에 또 줄을 선다. 이 곳도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아직 먹고 있는데도 언제쯤 다 먹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고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에는 아예 옆에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한국 코스트코 푸드코너에는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풍경이 있는데 너나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핫도그에 넣어 먹는 다진 양파를  접시에 수북이 담아 케첩과 머스타드를 뿌려 비벼 먹는다. 느끼함을 덜어주는 김치나 피클같은 역할을 하는 셈인데 어찌나 많이들 먹는지 포장해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는 없는 불고기 베이크와 양송이 스프가 제일 인기 메뉴이다. 가격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저렴하다보니 간편하게 한끼 해결하기 안성맞춤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면 카트를 실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 탑승을 위해 또 길게 줄을 서야만 한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사람에 치이고 끊임없이 줄을 서야하니 얼굴이 찌푸려지고 한숨이 절로 나지만 이상하게 다음달이 되면 또 코스트코를 찾게 된다.

 

유료 회원제, 단일 카드 결제, 거리와 시간 등 크고 작은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코스트코를 찾는 이유는 역시 “좋은 물건 싸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 코스트코는 국내 대형 마트들보다 저렴한 마진율 15%의 원칙을 고수해서 제품가를 책정한다고 하니 이 정도 수고스러움은 감수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은 코스트코 크로와상으로 해결, 내일 있을 손님 접대는 코스트코 불고기로, 매일 사용하는 바디로션도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세타필 로션. 어느새 코스트코 열성팬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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