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이라고 해서 다 해도 되느냐...그것이 문제로다
09/24/18  

하루를 살아도 정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점점 더 강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과연 필자만의 생각일까? 얼마 전 머리를 자르던 중 미용사와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하루를 살아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으셔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남가주로 훌쩍 떠나오셨다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응하다가 변호사로 살면서 느끼는 고충들을 슬쩍 털어놓게 되었다. 전문직의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참 억지로 공부했고, 그러한 직분을 유지하기 위해 억세게 노력하고 있으며, 또 돈벌이를 일을 하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도 수임해야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월급쟁이 변호사로 살면서 좀처럼 향유하기 힘든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충동에 이름을 걸고 사무실을 차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직원으로 일할 때나 고용주가 되어서나 상관없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다 보면 항상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된다. 불법행위를 합법행위로 탈바꿈 시킨다던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누군가가 면죄부를 받도록 도와주는 일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런 입장에서 누군가의 과오를 크게 판단할 필요가 없는 상법 법률 컨설팅을 시작했는데, 어떤 행위가 합법적이라고 해서 도덕적 가치관으로 봤을 때 반드시 타당하다고 느끼기는 힘들 때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합법과 불법의 한계는 미묘한 차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주마다 법이 다르니 더욱 그렇다. 일상적으로 잘 알려진 예를 들자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기호용 대마초 판매와 대리모 행위가 허용되는 반면에, 애리조나주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또 다른 예로는 작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신호등의 초읽기가 시작된 후 보행자가 도로를 무단 횡단해도 벌금을 처벌하기가 힘들어져서, 어떻게 보면 신속한 도로 무단횡단이 “합법화” 되었다는 기사들이 다수의 매스컴에 보도된 바 있었다 (물론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이며 무단횡단은 안 하는 게 안전하다!). 역시 애리조나주에서는 무단횡단 시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할 확률이 훨씬 높으니 확실한 불법이라고 정의해야겠다. 그 외에도 캘리포니아에서는 임신 중절 권리가 어느 정도 허용되는 반면에 몇몇 주에서는 불허되며, 유기물 폐기가 가능한 곳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한 곳이 있다. 나아가서,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나라가 있는가 하면 껌을 씹는 행위마저도 불법화 된 나라들이 있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합법행위가 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위에 나열한 예들은 상법과는 크게 관계가 없지만,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의뢰인이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방식이 크게 달갑지 않을 때가 있다. 합법적인 일이니 굳이 반대하지 않고 조력자로서 나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있기는 한데, 때로는 씁쓸한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계약서의 취지나 사업의 목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위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종교적, 도덕적 가치에서 조금씩 벗어난 일을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고지식한 관념을 유지할 것인가의 개인적인 고민 같은 것 말이다.

 

양념을 과하게 넣어서 먹기 힘든 음식이 될 수도 있지만, 적당히 자극적으로 첨가하면 중독성을 유발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음식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위법으로 걸리면 큰일 나는 불법 피라미드가 있듯이 합법적으로 모두가 목돈을 벌 수 있는 다단계가 있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는 하지만 과하기 일보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선을 잘 타는 게 중요한건 법률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불법 행위 자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손해를 덜 본다는 사실이다. 단기적 시각으로 봤을 때는 각종 형태의 처벌을 모면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도 합법적인 선택이 항상 더 안전하다. 다만 문제는 법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