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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
04/23/18  

항상 이유없이 봄을 기다리는 나였지만 올해의 봄만큼은 더욱 그러했다지난해가 나에게는유난히 길고 잔인했기에 나는  힘을 다해  시간들을 견뎌내고 버텨내고 있었다봄이 온다고 달라지고 기다려질 것도 없것만 그래도 언제나 나는 봄을 기다렸다.  많은 것들을 인내하고침묵하며  겨울 몸을 움츠리고 지내다 보면 정말 그렇게 어김없이 봄은 온다.

 

아직 아침 바람이 차지만 완연한 봄에 들어 섰다운전하며 무심코 바라본 차창  풍경은 분명하게 봄이 왔음을 드러낸다맑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오고그 바람을 따라 꽃들이 피어 난다.  같은 정원을 바라보더라도 무언가 파릇파릇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코끝으로 기분 좋은  내음이 스쳐 지나 간다.  겨우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살아 있는 것들이 온통 기지개를 펴거나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그동안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어린 잎들이 꿋꿋하게 손가락을 펼치고있는 것이 몹시 대견하고 예쁘다.   돌보지 못해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무의 메마른 가지에서도 연초록  잎이 돋아난다.  아스팔트 사이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자라난 이름 모를 들꽃들에게 나는 괜히 고맙다녀석들에게서  봄의 기운을 느끼며 나는 언제나 봄이 주는따스함과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예찬한다.

 

지난  친구와 모처럼 약속을 하고 바닷가 근처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당까지 가는 길이 어찌나 예쁘던지 마흔을  앞에   아줌마들의 감탄이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 내린 비로 도로  언덕들이 눈부시게 푸르렀고 지천으로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사는게 고달프다며 푸념하던 우리들은소녀처럼 탄성을 지르며 좋아했다봄은 이렇게 땅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에게 자연을 통해 힘을 얻으라 이야기하고 지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탐색해 보라고 이끈다.  

 

배우 이영애와 유지태 주연의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는 남녀의 사랑을 따뜻한 봄에 빗대어 풀어 나가면서 영원하지 않은 사랑과 인생 덧없음을  “봄날은 간다”고 사유하고 있다영화  그들의 봄날은 갔지만 그래도 분명 봄날은  온다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래 왔다찬란한 우리의 봄날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봄은 어느  하나 우리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 주지 않는 것이 없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의기운은 삶의 의욕을 꿈틀거리게 하고 맺지 못할 열매일망정 소생의 씨를 뿌리게 한다.

누가 캘리포니아에는 사계절이 없다고 했던가…… 이곳에도 봄이 오고 꽃이 핀다.  날카로웠던겨울은 가고 세월은 봄으로 우리를 기어이 인도한다.  어디든 향기로운 봄날은 오겠지.  누구에게나 자연은봄은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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