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립자의 출구 전략
10/08/18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막 시작한 신생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주위에 스타트업 사업을 운영 중이거나 혹은 꿈꾸는 고객들과 지인들이 몇몇 있다. 대부분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며 이윤을 창출할까에 대해 구상하는 단계에서 필자에게 조언을 구하고는 하는데, 함께 시작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만 창립자의 입장에서 결국 사업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미리 세워놓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들어 자주 사업의 ‘시작’이 아닌 ‘끝’에 대해 생각해 보았느냐고 묻게 된다.

 

사업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찬물을 끼얹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단지 좋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돈을 웬만큼 벌었으니 전략적으로 치고 빠져나가면서 자본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한 방법으로 출구 전략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이 아니다. 창립자의 목적이 단순히 생계를 위해 흔한 발상으로 남들이 다 하는 사업을 시작하고 또 일정한 수준으로만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스타트업’이라는 표현보다 통상적인 자영업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싶다. 스타트업은 현재의 잠재력과 미래의 가치로 평가받는 형태의 “창조” 개념의 조직인데, 영원히 ‘스타트업’의 상태에 멈춰 있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 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회사를 변호하는 일에 개입되었다. 경영자는 선관의무도 충성의무도 다 무시하는 상태로 경영권을 남용하며 회사 A의 이윤과 자원을 본인 명의의 또 다른 사업체 (회사 B)에 쏟아 붓고 있는 상태였는데, 처음에는 ‘저래서 CEO를 잘 뽑아야 돼…...’라고 생각하던 필자는 경영자가 회사 A와 B를 모두 창립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영자는 사실 창업자로서는 뛰어난 재주가 있는 듯 보였는데 사업체를 장기적으로 끌어가기에는 적절한 인물이 아니었다. 도덕적 권위, 책무, 헌신, 장기적 계획을 하고자 하는 끈기가 없었고, 진화되고 있는 기업그룹의 방침을 따르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결국 그가 창립한 회사도 경영자 자신도 손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 신생 사업아이템의 가치를 무에서 유로 상품화 시키는 과정과 이미 상품화 되어버린 사업아이템을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층에게 서비스적 가치를 선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자본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스타트업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5가지 정도가 있다. 가장 흔한 시나리오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의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사업체의 실패를 예감하고 적격의 제 3자에게 매매하는 경우, 큰 포부를 가지고 온 열정을 다해 사업에 매진하다가 결국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린 경우, 경쟁업체의 혁신적인 확장 가능성 혹은 이미 확실하게 인력과 자원을 확보한 상태의 대기업들의 실정들을 고려해 보고 업계의 더 큰 미래와 사회적 가치를 위하여 사업체를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경우, 상장 (IPO)을 전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그리고 엄청나게 큰 금액으로 기업을 사겠다는 제안이 들어온 경우 등이다. 이 외의 이유라면, 아마도 예외적이며 부득이한 상황 때문에 이익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며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스타트업이 웬만큼 자리잡은 후 그 기업에 뼈를 묻고 평생을 함께할 만큼의 열정을 가진 창립자들도 많지만, 상법 변호사로서 주위의 창업자들을 관찰해 보면 어떤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뛰어든 다기 보다는 특정 분야의 사업에 경제성이 있어보여서 뛰어들었다가 지쳐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스타트업이 성공의 가도를 달릴 확률은 예술가가 명성을 얻는 것만큼의 진귀한 확률이다. 사업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사업체의 해체나 청산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준비성, 단호한 의지와 용기, 그리고 성공도 실패도 끝이 아니라는 긍정적 각오와 결심이 아닐까 싶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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