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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10/22/18  

지난해 9월부터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온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의혹이 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18일 터키 신문 <사바>를 인용해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온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가 사건 당일 오전에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가 그날 오후에 나오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카슈끄지는 무트레브가 영사관에 들어간 뒤 행방불명된 상태다. 따라서 이 엽기적이고 잔혹한 살인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4일 카슈끄지가 피살된 데 사우디의 책임이 드러날 경우 '가혹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뒤 카슈끄지가 불한당 살인자의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를 두둔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죄 입증 전까지는 유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우디의 유죄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사우디 왕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카슈끄지의 사망을 뒤늦게 인정했다. 트럼프는 18일 기자들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가 숨진 것을 인정한다”며 사우디에 ‘매우 가혹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트럼프는 명백한 사우디에 의해 계획되고 자행된 암살에 대해 옹호적인 발언을 계속해 왔을까? 그 이유는 세계적인 장사꾼인 트럼프답게 이 기회를 철저하게 미국에 이익이 되게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 능력으로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그는 사우디로부터 얻어낼 것을 위해 두둔하는 발언을 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그 사이(16일) 사우디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계좌에 1억 달러를 송금했다. 이는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해방된 시리아 안정을 위해 사우디가 미국에 약속한 돈이기는 하나 송금 시기로 보아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사우디를 옹호한 것은 비난할 경우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줄여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명백백하게 사건의 실상이 드러나자 자신으로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정치적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유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원유 가격은 첫째, 공급량에 의해 결정된다. 원유 역시 하나의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일반 상품의 가격 결정 구조와 다를 바가 없다. 바로 수요 공급의 법칙 즉, 원유 값은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공급량은 누가 결정하는가? 바로 산유국들이다. 즉 OPEC이 감산을 결정하면 공급이 감소해서 석유 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증산하기로 결정하면 공급 증가로 석유 값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유가를 결정하는 한 축은 바로 공급량이며, 이 공급량을 결정적으로 좌지우지 하는 것은 OPEC과 러시아, 미국 등 산유국들의 정책이다.

 

둘째,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날 유류는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전기를 만드는 곳에도 필요하고, 운전을 할 때도 있어야 한다. 산업 측면에는 더 중요하다. 원유를 정유하여 기초유분을 만들고, 이러한 기초유분을 가지고 플라스틱 등 합성수지를 만든다. 바로 합성수지는 여러 가지 산업에 다양하게 쓰이는데, 이 합성수지의 수요는 경제 상황과 연관이 있다. 산업이 활성화되면 합성수지의 수요도 증가하고 결국 유류 소비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원유 수요는 경제 상황과 연관이 있다. 경제가 호황이면 유류 수요 역시 증가하므로 유가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셋째, 달러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나 공급에 의해 유가가 결정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데, 달러에 의해 유가가 결정된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원유가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알게 되면 이해가 쉽다. 현재 모든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 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함께 구축한 '페트로달러' 체제 때문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달러 확보를 위해 오로지 달러로만 원유를 결제받기로 했고 덕분에 미국은 무려 40년간 원자재 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시장에서 달러 패권을 누렸다. 따라서 달러가치가 오른다면, 상대적으로 유가는 내려가게 된다. 반대로 달러가치가 내리면 상대적으로 유가는 올라가게 된다. 최근 유가를 결정하는 것은 공급 측면이나 수요 측면도 아닌 바로 달러 가치라는 견해까지 등장할 정도이니, 달러의 영향력을 절대로 무시하지 못한다.

 

이밖에도 유가는 투기적 수요, 정치적 이슈 등에 의해서도 변동된다. 셰일가스 역시 유가 결정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셰일가스 발굴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두고 트럼프가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은 고육지책임에 틀림없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에게 원유값 상승이 달가울 리 없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만큼 사우디에게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면서 국제 유가에 큰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소시민들의 공통된 마음이리라. 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자말 카슈끄지의 명복을 빈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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