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예찬
04/23/18  

3때부터 갑자기 특별한 원인이나 사고 없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쭉 그렇게 늘 부실한 허리를 갖고 살았다통증이 너무 심하면 척추신경과나 한의원을 찾았지만 잠시 통증을 완화시켜줄 뿐 시간이 지나면 또 통증이 찾아오곤 했다통증도 만성이 되면 익숙해진다더니 정말 어느새 나는 아픈 허리도 그저 내 몸의 일부인 듯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었다아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여행 중에 찾아온 허리 통증으로 모든 스케줄을 접고 앓아 누워있기도 했고 평소보다 조금만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금새 불편해서 허리를 부여잡아야만 했다어느 날부터인가 목어깨허리 등 안 아픈 곳이 없었고 매사에 꼼짝도 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한데다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리고 무엇보다 이유 없이 우울해졌고 신경도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다그냥 육아가 힘들고 사는 게 지쳐서 그런 거라 생각했고 다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여겼다.

 

그러다가 딱 서른 중반이 되었을 때 이제는 나도 제대로 운동이란걸 해야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 당시 시세보다 반의 반 정도로 저렴한 개인 트레이너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아무리 시세보다 저렴해도 우리 형편에 나에게는 엄청난 투자였지만 운동 경험이 전무한데다가 운동 실력도 제로인 내가 혼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역시 도저히 무리였다나는 실제로 운동 실력이 형편없어서 학창시절에도 오래 달리기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 순위권 밖인 겉절이같은 존재였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나 꼴찌에서 두 번째를 담당했었고 뜀틀은 2단만이라도 넘어보는 것이배구는 네트만 넘겨보는 것이 소원인 운동고자였다

 

어쩌다가 주위에 운동을 안 하면 오히려 병이 난다든가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그들이 옳았다아픈 데가 늘어가는 것에 절망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생각보다 훨씬딱 백배 더 좋았다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다보면 뭔가 대단히 열심히 한 것 같아서 기분도 좋아졌다운동을 해도 여전히 잘 먹기 때문에 특별히 체중이 줄지 않았고 뱃살이나 러브핸들도 여전했지만 운동 후에는 늘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게다가 과거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던 비루한 몸뚱이가 벌떡벌떡 움직였고 쇼핑 갔다가도 금새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부실 허리가 하루 종일 걸어다녀도 멀쩡했다아이를 오래 안고 있으면 허리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날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를 안고 스쾃 자세를 하기도 하고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훨씬 즐거워졌다매사에 흥이 났고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쳤고 덜 피로했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게 되었다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전보다 훨씬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었고 뭔가 조금 더 여유 있고 너그러워졌다.

 

본래 인간은 움직이는 생물이고 활발한 움직임이 필요한 동물이다움직이지 않으면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결국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기능까지도 상실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을 돌보고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나 역시 헬스클럽 멤버쉽비만 꼬박꼬박 계좌이체하면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정작 꾸준히 운동을 해 본 기억이 없으니 말이다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상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운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운동량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가 없다하지만 대부분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무리해 가며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내가 바로 그런 현대인의 표본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

 

나같은 운동 초보에게는 조바심내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편한 시간에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처음 한두 달은 근육통이 찾아오고 준비하거나 씻는 것이 귀찮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수시로 찾아온다하지만 고비들을 넘기며 운동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건강한 내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운동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봄이다생명력이 충만한 봄이다바쁜 일상부실한 몸경제난 등을 핑계로 운동을 미뤄왔다면 더 늦기 전에 시작하자운동의 종류가 무엇이든또 그 목적이 무엇이든 운동을 통해 당신의 생명력을 충만하게 하고 신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충분히 만끽하고 즐긴다면 분명 지금보다 백 배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고 요가매트를 펼친다멀리 짐에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집이 홈짐이요요가매트덤벨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 나의 운동 파트너이다.  아이돌처럼 날씬한 몸매가 아니고 건강한 돼지(많이 먹고 운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라면 어떠랴…… 이렇게 마감하는 하루 덕분에 나는 또 내일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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