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외 분쟁 해결책
10/22/18  

상거래 계약서 검토를 위해 필자를 종종 찾는 한 고객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차저차해서 계약서가 불이행 되어 큰 자금상 손실을 보게 되었는데, 혹시 그를 해결할 소송과 관련된 업무를 도와줄 수 있겠냐며 매우 정중하게 문의를 해 오셨다. ‘아, 이를 어쩌죠? 제가 현재는 직접 나서서 송무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원하신다면 소송을 전담하시는 로펌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라며 답변을 드렸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동료 변호사들과 계약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소송절차에 대한 상의를 하게 되었다.

 

사실 정식 재판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하기는 매우 힘들다. 민사소송은 사건이 접수되는 시점부터 심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에 따른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법적 분쟁에 휘말린 당사자가 아무리 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를 간절히 희망해도, 웬만한 중/대형 로펌에서는 소송 비용과 청구 금액이 몇 억 원대에 이르지 않는 사건을 맞기를 꺼려하는 사례를 보게 된다. 복잡한 민사의 소송 절차를 대신해서 소액재판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여 비교적 빠르게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소액재판을 통해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좀 큰 금액이 되어 있고 그렇다고 승소가 100% 확신이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를 수임하여 몇 십 배의 소송 비용을 추가로 감당하기에도 좀 애매모호 할 수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사법 절차에서 요구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안적인 분쟁 해결책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에 의존하게 되는 기업들과 개인 사업자들이 늘어났다. ADR에는 알선, 사설재판, 조정, 중재, 감정 등 법원의 복잡한 민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이는 당사자가 선정하는 분쟁 해결 주체가 관여하게 된다. 보통 계약 거래가 오가는 상황이라면,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사항을 사전에 논의 후 선택하여 합의된 방안을 계약서에 기입하게 된다.

 

가장 활성화된 방법들로는 조정 (Mediation) 과 중재 (Arbitration)가 있겠지만, 재판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 간의 협상을 통해 합의를 보는 것 역시 사전적 의미로는 ADR에 속한 한 가지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정의 경우 제3자의 조력자를 통하여 원만한 화해가 유도되는 해결 제도로 빠르고 간편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반해 중재는 소송과 비교적 비슷한 형태로 재판의 대안으로 활용되는 방법인데, 중재인 혹은 중재기관이 나서서 해결책을 고안하며, 그 판단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ADR이 법원을 통한 사법 재판보다 편리할 수도 있다는 몇 가지 장점 때문에 절대적으로 선호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록 당사자들이 비용을 감소시키면서 비공개적으로 상호 이해와 대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공식적인 법원의 판결을 통한 집행력을 100% 따라가기 힘들다. 또한 조정이나 중재에 개입되는 제3자가 주로 당사자들의 선택을 통해 선임되기 때문에 공평성이나 편파성이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의 예측성이 다소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며, 중재는 단심재로 판결이 나기 때문에 결과에 불복할지라도 재심을 요구할 수 없다. 또한 조정의 경우 당사자들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타협하며 서로 협조해야 하는데, 사법 재판과 달리 당사자 중 한명이 이런 과정을 거부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