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쓰는 이유
10/29/18  

우리가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생각하면 어떠한 거래를 위하여 쌍방간의 합의로 이루어진 사항들에 동의하기 위하여 작성된 법률 문서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매매, 취업, 비밀 유지, 양수도, 사용 허락, 임대, 비용지불, 특약 사항, 보증, 위촉, 위탁, 관리, 대여 지급, 등등 수많은 이유로 수많은 종류의 문서에 서명을 한다. 물론 화가 난 부모가 훈육을 목적으로 자녀에게, 학교가 무단 결석을 하는 학생에게서 받아내는 각서 역시 계약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미국이라는 땅을 밟기 위하여 이민국에 제출하게 되는 서류에서부터 입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건네는 세관신고서 역시도 일종의 계약서다.

 

모든 계약이 반드시 서면에 서명과 날인을 함으로써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구두계약, 물건을 구매할 때 따라오는 약관규제 등의 암묵적인 합의로도 약정을 달성할 수 있다. 민법에 따르면 계약은 무언가를 요구하는 ‘청약’과 그에 대한 ‘승낙’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다. 다만, 계약서는 계약의 체결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하기 위한 증거 수단이다. 예를 들어 통신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조건 (청약)으로 고객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기로 약속하며 서명하게 될 경우 (승낙),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그 둘의 계약관계가 계약서로 증명되는 것이다. 

 

차후 입장을 바꿔 분쟁 발생의 소지를 줄이는 목적으로 쓰여지는 계약서의 본문은, 가급적이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되는 것이 좋다. 큰 거래금액이 오가는 주택매매계약서, 혹은 우리가 흔히 거래하는 자동차 회사나, 신용카드 회사, 여행사 등의 대기업에서 내놓는 계약서들은 읽기도 버거운 깨알 같은 활자로 빽빽하게 채워진 계약서가 수십 장에 이른다. 이는 아마도 수십여 명이나 수백여 명에 이르는 법률 전문가들이 모여 해당 계약의 해지 및 문제 발생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자세하게 구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계약서 협의나 검토를 목적으로 필자를 찾아오면, 추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들을 함께 대화해 나가며 고객의 동의를 받아서 계약 문구를 수정하여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변호사가 작성을 해야만 법적인 효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변호사 이상으로 업계의 거래 실정을 훨씬 더 빠삭하게 잘 알고 있는 고객들이 상당수 있다. 다만, 변호사의 경우 단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세심하게 해석하는데 더 익숙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명확히 규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은 쉽게 계약 서식을 찾아 이를 토대로 누구나 쉽게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당사자들의 입장이 철저하게 판단되고 확인된 상태로 계약서의 본문이 작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빠질 경우에도 차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불필요한 내용이 추가됨으로써 계약서의 효능이 변하거나 예상치 못한 법적 채무를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저 편리를 위하여 실용성만 생각하다가 원칙을 어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계약서의 작성 날짜, 계약 기간의 해지 날짜, 계약자 상호간의 서명과 날인 외에도, 거래의 대상이 되는 목적과 내용에 관하여 본문에 상세하게 기재하며, 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상호간에 각각 1부씩 보관하도록 한다.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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