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11/05/18  

세계는 지금 커다란 하나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문제가 자국에서 자국민에 의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에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각국에서 갖는 위기의식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2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2000년 4월부터 맡아온 기독민주당(CDU) 대표직에서 18년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총리직은 임기(2021년)까지만 수행하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총리에 당선된 후, 지난해 9월 총선 승리로 네 번째 총리직을 맡았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기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이 잇달아 패배한 뒤 내린 결단이다. 사임 발표 하루 전인 28일 기민당은 헤센 주 선거에서 28% 득표에 그쳤다. 이는 직전 선거에 비해 11%포인트 이상 떨어진 득표율이다. 앞서 2주 전에 열린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도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은 이전 선거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진 저조한 득표율을 얻어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메르켈 총리가 대연정의 지지를 잃은 주요인은 난민 정책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들을 임시 수용하는 ‘난민환승센터’를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 인근에 세우는 방안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아온 메르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총리로서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메르켈 총리가 EU를 이끄는 능력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며 이탈리아 재정 위기, 유럽 국가들에서의 포퓰리스트 정당 득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등 여러 현안 대응에서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Brexit)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연합 공동법에 따라 EU 가입국 국민들은 통제 없이 각국으로의 출입국이 자유롭다. 이주가 자유롭다보니 EU 가입국 가운데 동부유럽 국가들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들로 인해 영국에 많은 사회문제 및 치안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이주자들의 저렴한 인건비로 자국민 실업율이 매우 높아졌다. 결국 대다수의 영국인들은 유럽연합에서의 탈퇴를 원하게 되었고 국민투표를 거쳐 브렉시트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미국도 중미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난민행렬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러밴 절대로 미국 못 들어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멕시코를 통해 미국 국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중남미 이민자 집단 ‘캐러밴’을 막기 위해 국경에 1만5000명의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본래 캐러밴은 사막이나 초원 등지에서, 낙타나 말에 상품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각 지역의 특산물을 사거나 파는 상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에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캐러밴은 마약, 폭력, 살인 등의 범죄나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의 이주민 행렬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캐러밴은 2018년 급증했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 국경으로부터 8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캐러밴이 국경 가까이 오려면 앞으로 몇 주일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이 미국을 향해 오고 있는 목적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망명 신청을 하려는 것이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에서 가난과 범죄로 물든 본국을 버리고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나선 캐러밴의 대열은 7,000여명으로 불어났다가 지금은 반 정도가 중도 탈락해서 3,500명 정도만 남았다. 31일에는 엘살바도르에서도 2,000명이 미국을 향한 캐러밴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주도에 집단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이 481명에 달한다. 이들 중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만 인도적 체류를 허가 받은 자는 362명이다. 나머지는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체류를 허가 받은 예맨인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전적으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한국사회가 받아들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주의에 입각해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막을 것인가. 각국이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어떤 해법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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