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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
11/05/18  

부모에게 있어 첫째는 늘 어렵다. 양육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애초에 아이를 향한 마음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첫째를 키우면서 언제나 서툴고 미숙하며 갈팡질팡하고 끊임없이 지표 없는 길을 걷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품에 안을 때부터 그랬다. 어떻게 안아야 할지 어쩔 줄을 몰라 온몸에 힘이 들어갔고 모유 수유를 할 때면 온몸에 식은땀이 났고 한 서너 달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일 때마다 등줄기가 오싹할 만큼의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 이후로 세 명이나 더 모유 수유를 하였지만 첫째 때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아이의 발육 과정을 지켜볼 때도 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며 너무 더딘 것은 아닌지 모든 것이 정상인지 불안해 하고 노심초사했다. 육아 선배들의 조언을 갈망했고 닥치는 대로 육아 서적을 읽었다. 하지만 유명 강사의 강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육아 서적을 아무리 들려다봐도 지도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지도 한 장 들고 외국을 여행하는 기분이랄까…… 늘 길 잃은 사람 같았다.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기 시작했을 때도 늘 불안했다. 뛰다가 넘어지면 어쩌지? 그네 타다가 떨어지면 어쩌지? 밥 먹다가 목에 걸리면 어쩌지? 아이가 무엇을 하든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걱정했다. 그래서 이 아이가 지금 이순간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마음껏 사랑하고 그 시간을 즐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

 

좀 크고 나니 이상하게 첫째에게 유독 신경을 더 많이 썼다. 잘못이나 실수에도 더욱 혹독하게 야단을 치고 걸핏하면 “너는 다 큰 애가 왜 그렇게밖에 못해?”, “너는 첫째인데 왜 동생들이랑 똑같이 하려고 해?”, “네가 동생들 도와 줘야지. 뭐하고 있어?”라고 아이를 추궁하고 몰아붙였다. 아무리 첫째라도 아직 아이인데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일관되게 엄격했다.

 

둘째인 딸은 받아쓰기 빵점을 받아와도 허허 기가 차서 그냥 웃고 마는데 첫째는 시험에서 한두 개만 틀려와도 괜히 아깝고 뭔가 성에 차지 않는 기분이 든다. 그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주면 될 뿐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한 마음속 어딘가에는 기왕이면 첫째가 반듯하게 잘 커줬으면 좋겠고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공부로 속 썩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둘째부터는 웬일인지 약간의 느긋함이 생겼다. 부모가 이토록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첫째를 키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정신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둘째, 셋째라고 육아가 절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지만 마음가짐 자체가 다른 것은 분명하다. 어떤 아이를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아니라 처음이라는 것에서 오는 불안함과 중압감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첫째를 바라보며 나는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일까? 무엇이 잘못 된 것인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아마도 이 아이를 키우는 내내 나는 아이와 하는 모든 것들이 처음일 테니 끊임없이 이렇게 묻고 또 묻게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나의 첫 아이가 나보다 더 키가 커지고 어느 날 내 곁을 떠나 세상 밖으로 훨훨 날게 되는 날, 나는 불안했던 지난 날들을 가장 눈부신 기억으로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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