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서와 계약서의 차이
11/05/18  

주로 계약서 작성을 위해 필자를 찾는 고객이 얼마 전에는 협약서를 작성해 달라며 방문하셨다. 협약서나 계약서 모두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쌍방의 (혹은 다수의) 당사자들이 의사 합치를 문서화 시킨 서면의 일종이다. 얼핏 듣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듯한 두 문서, 정확한 차이는 무엇일까?

 

두 가지 문서 모두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법인 등의 거래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서식으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계약서가 계약 성사를 의미한다면, 협약서의 경우 계약 성사를 위해 협상이 이루어지는 과정 중 당사자들이 서로의 협력의지를 밝히기 위하여 거쳐가는 과정의 일종이다.

 

계약서의 경우 협상이 끝남과 동시에 확정된 모든 약정 사항 (기간, 권리의무, 채권채무 등등의 책임소지) 들을 정확하고 빠짐없이 문서화한 결과물이라면, 협약서는 쌍방의 약정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문서화 되기 전에 비교적 간단하게 계약의 축이될 만한 사항들만을 나열해놓고 계약 성사를 위해 다음 단계의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 표시다. 어떻게 보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스케치 단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 형태의 협약서들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동의서, 가계약서, 예비적 합의서, 합의서, 의향서 등으로 불린다. 미국에서는 Commitment Letter, Term Sheet, Memorandum of Agreement, Letter of Intent, Agreement in Principle 등의 문서들이 협약서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귀찮게 굳이 협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복잡한 계약일수록 많은 협약 사항들을 협상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다소 길어지고 힘들어질 수 있는 계약의 최종 성사를 위한 전초 혹은 준비 과정 정도로 볼 수 있다. 주로 기업 합병이나 고액의 매매를 협상하는 과정에 앞서 어느 정도 당사자들의 의도나 입장을 확인하며 자금 조달이나 관련 금융 또는 정부 기관에 구비서류로 제시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투자자를 유치한다거나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에 여러 참가자들에게서 공개적으로 협약서를 받고 심사숙고를 거쳐 최종 계약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협약서의 성격상 정말 진지한 당사자들이 간단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는 이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또한 너무 자세하고 복잡한 협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계약서를 되풀이 해서 쓰는 것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소비 될 수도 있다

.

협약서의 경우 당사자들의 목표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시점까지 서로의 명확한 의도를 확인하고 재차 점검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고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법적으로 전혀 구속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서면으로 약정사항을 문서화 시켰기 때문에 부당이익이나 불법행위가 발생되는 경우, 혹은 불성실하게 협상 체결에 임하는 경우 이를 증거 삼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계약법에 따르면 협약서의 경우 양측의 실증적인 의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법적 책임의 유무가 결정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다가 이에 모순되는 후행 행위로 신뢰를 저버리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법률관계를 떠나 이세상 어떤 신용관계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계약 성사의 유무를 떠나서 이세상의 모든 약속이 그렇듯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약속은 양자에게 동일하게 유리할 때 지켜진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이지연 변호사 (Jeeny J. Lee, Esq.)JL Bridge Legal Consulting 대표변호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