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홈으로 나는야 1.5세 아줌마
무려 삼 년
04/23/18  

2014 4 16수백여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그리고 무려 3년이란 세월을 지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TV에서 지켜보며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인양되어 올라왔다한국을 떠나온 지 이십여 년이 넘었고세월호 피해자와 어떠한 친분도 없을뿐더러 진도에는 가본 일도 없는 내가 어째서 그리 심장이 쿵쾅거렸는지는 알 수 없다그저 지금도 삼 년 전 비극을 떠올리면 오열하던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울컥하고  세월호 사태 이후의 수습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 세상 일이라는 것이 뜻한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배가 침몰한 것은 사고라쳐도 ( 역시 예기된일당국의 무능한 재난 대응책이 세월호 침몰을 수백 명이 사망할 수밖에 없는 재앙으로 키운것은 틀림이 없다아무리 생각해봐도 당국의 재난 대응책 미비와 사회적 안전불감증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무리하게 선박을 증축하고 화물을 과적한 해운업체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들배가 침몰하는데도 매뉴얼대로 대처하지 않고 잘못된안내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책임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참사를 키운 것이다.

 

몇해 전 가족들과 떠났던 크루즈 여행을 떠올려 본다.  2천여 명이 승선할 수 있는 여객선인데 승선하자마자 아이들을 포함해 전원이 몇 차례에 걸쳐 대피하는 훈련을 받았다. ‘비상 시탈출 훈련’ 이것이 크루즈의 첫 일정이었다실제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비상 시 갑판으로올라가 작은 구명정들을 나누어 타고 탈출하는 훈련을 굉장히 일사불란하면서도 상세하게교육하고 있었다또 그 모습이 몹시 진지했다사람의 생명과 안전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만에 하나까지 고려하여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안전에 있어서는 반드시 일관된 규칙을적용해야 하는 것이 맞다그 원칙이 누군가의 편리나 사리사욕에 의해서 깨져서는 절대로 안된다.

 

일상에서 보안이나 안전을 챙기는 일은 어쩌면 다소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매번 확인하고점검해야 하는데다가 이를 위해서는 많든 적든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동안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안전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일들을 그냥 대충 방치하고 넘어가곤 한다우리 대부분이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원칙을 지키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편리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 먼저이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능력이라는 위험한 착각에빠져 있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규정이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운이 좋게 사고가 안 나고 대충 넘어가면 그뿐이다사고가 나면 원인을 찾고 변화하기 보다는 잘못을 감추고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하려고 한다.

 

여객 정원을 초과한 화물선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는 최근 뉴스를 보면서 통탄한다여전히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태우면서 여객대장에 기록을 하지 않고 뒷돈을 받고 화물차를 배에 실어주는 등 세월호 때와 너무도 흡사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우리는끊임 없이 안타까운 안전사고 소식을 접해야 했다이러한 일련의 참사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언제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관리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비상 시 대처 또한 미흡했다사고 장소와 대상만 다를 뿐 언제나 짜맞춘 것처럼 똑같이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키웠던것이다더 이상 반복되는 비극이 일시적인 깨달음과 교훈이 되어서는 안 된다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정해진 원칙들이 융통성이라는 이름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다해 지켜내야 한다.

 

무려 3년간 바다 깊은 곳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분노와 슬픔이 켜켜이쌓인 지난 3년이 부디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애절한 마음으로 한반도의 변화를 지켜 본다.  그리고 미수습자들의 유해가 조속히 가족들의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