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11/26/18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딸이 문자로 물었다. “25파운드 칠면조는 마이크로웨이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익혀야 해요?” 깜짝 놀랐다. 혼자 사는 애가 칠면조 요리를 하려고 하다니. ‘아마 친구들을 초대해서 추수감사절 파티를 하려라 보다’고 생각했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주로 찬 음식을 따뜻하게 먹으려고 할 때 음식을 덥히기 위해 사용하고, 칠면조는 오븐에서 적어도 6시간 이상 요리해야 된다’고 알려주었다. 곧 답이 왔다. 농담이었다고. 제 친구도 엄마에게 똑 같은 메시지를 보냈더니 ‘갑자기 뭔소리냐? 너 어디 아프냐?’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던 중에 잘 있냐고 물으니 사진을 한 장 보냈다. 앞에 뚜껑까지 달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곧 이어 설명이 들어왔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 머무르고 있다며 산불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체가 먼지로 덮여 있다고 했다.

 

보도에 의하면 역대 최악으로 손꼽히는 뷰트카운티에 발생한 캠프파이어 산불로 샌프란시스코의 공기질이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졌다. 금문교는 희뿌연 먼지에 가려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기오염 상태를 나타내는 AQI(공기질 지수)가 300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사람이 질식할 수 있는 상태로 세계적으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인도의 콜카다, 방글라데시 다카보다도 나쁜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들의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UC버클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도 휴교했다.

 

CNN방송은 17일,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곳‘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대기오염 모니터링 사이트인 버클리어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샌프란시스코, 스탁턴, 새크라멘토는 금요일 아침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가 됐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워싱턴대학의 댄 제프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한 최악의 대기질이라며 ‘대기질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연기로 오염된 공기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도 나도 마스크를 사고 있다. 특히 사진 속의 딸이 착용하고 있던 초미세 먼지를 걸러주는 ‘N-95' 마스크는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에서 경북 청송까지는 자동차로, 전남 여수는 기차를 타고 가서 며칠씩 묵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로 불편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딸아이는 잠깐 동네 친구들하고 만나러 가면서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나갔다.

 

한국인들은 매일 대기오염에 관한 정보를 한국환경공단 사이트에 들어가 얻고 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자외선, 황사, 오존 등의 섹숀별로 나뉘어 그 상태를 좋음, 보통, 나쁨, 아주 나쁨으로 표시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에 만족치 않는 사람들은 일본기상협회(日本気象協会)와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환경전망대 사이트까지 들어가 정보를 얻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하면 이렇게 까지 하고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LA 일원도 공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맑고 청명한 하늘인데도 산 근처에는 희뿌연 회색 띠가 내려 앉아 있는 날이 더 많다. 가깝게 보이던 마운틴 발디가 회색 띠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날이 더 많을 정도이다. 주로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의 영향이리라. 요즈음은 밖에 세워둔 자동차 위에 까맣고 하얀 재들이 덮여 있기도 하다. LA 인근 산불로 인해 재가 바람을 타고 날아 온 탓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어두기가 겁날 정도이다. 숨을 쉴 때마다 장작을 태울 때 나는 냄새와 불에 그슬린 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산불의 영향이다.

 

터무니없는 상상을 했다. 자연발생적이든 혹은 인간의 산업적인 공해이든 미세먼지나 공해 등이 바람을 타고 번질 때 하늘에 대포 한 방을 쏘면 모든 먼지들이 제거되는 그런 날, 인류를 재앙에 빠트릴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등 살상무기를 연구제조하는 일에 막대한 돈을 그런 퍼붓지 말고 미세먼지나 공해 등을 제거하는 연구에 인류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가능한 일 아닌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요즈음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기 청정기를 한 도시 전체에 작동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기기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물론 공해가 배출되는 산업을 최대한 억제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딸의 장난기 섞인 농담으로 시작한 대화를 마치고 끊임없는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 하늘을 보니 거무튀튀한 연기들이 사방을 덮고 있었다. 또 새로운 산불이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발화했다고 한다. 이틀 후에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산불이 진화되길 기다릴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나보다. 다른 때보다 더 많은 비가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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