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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04/23/18  

한국계 이민자 조승희가 미국 버지니아 공대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며 2시간 30분 동안 총기를 난사했던 사건이 일어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32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충격적인 총기 난사의 범인이 한인이어서 더욱 경악했고 또 함께 가슴 아팠던 두고두고 잊지 못할사건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총기와 관련된 사건 사고는 끊임이 없었지만 우리는 얼마 전 오렌지카운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샌버나디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접하며 또한 번 큰 시름에 빠진다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앙심을 품은 남편이 교실에 있던 아내를총격해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는데 교사 뒤에 있던 8세 학생도 함께 사망한 것이다.  또래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무고한 아이의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총기 관련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여서 솔직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끝내야 할지 막막한 주제이다매번 총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여론이 거세지지만 정부는 총기 단체의 로비에 맞설 의지나 용기가 없어 보인다지난 5년간의회에 올라온 총기 규제 법안은 수없이 많았지만 제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이 막막하고 분통터지는 미국의 총기 문제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자.

 

대다수의 총격 사건의 범인들은 인간에 대한 증오사회에 대한 분노를 총을 이용해 직접 징벌하고 복수하며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그들이 괴물이 된  이유와 배경들을 들여다보면 비록 끔찍한 살인자이지만 일말의 연민이 일어나기도 한다나는 그 어떤 살인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총기 규제에 찬성인 사람이지만 위와 같은 총기 사고의 범인들은 왠지 살인자이기 이전에 병자가 아니었나 생각 된다.  누구나 절망하고 좌절한다절망의 늪이 깊을수록 원망과 증오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들에게는 새로운 날이올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절망이 그들을 더욱 병들게 했으며 결국 벼랑끝으로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공교롭게도 이번 부활절은 버지니아 공대 난사 사건 10주년과 같은 4 16일이다기독교에서 부활절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지 3일 만에 다시 살아났음을 기리는 절기로 성탄절과 더불어 큰 의미를 부여한다하지만 꼭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 삶 속에서의 부활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지난 2016년 부활 전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부활절의 의미를 "슬픔이 가득한 우리 마음속의 희망을 일깨우고 되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하셨다종교를 막론하고 부활이란 희망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믿음은 절망을 희망으로미움을 사랑으로증오를 용서로 변화시킬 수 있다비극적 사고의 가해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 즉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없었을 거라 믿는다.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는 병든 사회에 부활의 기운이 내려 다시 한 번 부활의 의미인 희망을기대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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