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월 12월 17일
12/26/18  

라디오만 틀면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서서히 세모(歲暮)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으로 돌아오는 막내아들이 학교에서 공항으로 향하면서 전화했다. 필라델피아에서 갈아탄다고 했다. 몇 시간 뒤,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문자를 보냈다. 눈이 많이 와서 제 시간에 출발을 못해 자정 무렵에 도착한다고.

 

8시 도착 예정이었던 아들을 마중하러 공항에 가야 했기에 캘리포니아 39지구 연방 하원의원 에드 로이스 은퇴식에 초청 받았으나 참석을 망설이고 있었다.

 

에드 로이스는 워싱턴 정가에서 친한파로 잘 알려졌다. 1993년 미연방 캘리포니아 제 39지구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고, 2013년부터는 연방 하원 외교분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에드 로이스는 이번 회기 종료 사흘 전인 지난 12월 11일 '한·미 동맹 결의안(H Res.1149)'을 채택해서 발표했다.

 

한·미 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시점에 채택된 이 결의안은 "한·미 동맹이 미국과 한국이 공유하는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군사·외교·경제·문화적 유대 관계의 전형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또 "한국이 동맹 부담 공유의 한 모델"이라며 한국이 현재 2만8,500명의 주한 미군에 대해 인건비를 제외한 전체 주둔 비용의 50%를 부담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결의안은 특히"주한 미군은 한국의 안보 뿐만 아니라 지역의 안정과 미 본토를 위협하는 적국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며, 한·미 연합사령부는 가장 통합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 차원에서의 한·미 협력도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위험한 핵, 미사일 프로그램의 평화적 종식을 돕기 위해 북한에 경제·금융 압박을 가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면서 "대북 협상 결과에 상관없이 외부 공격에 대한 평화, 번영 유지를 위한 한·미 동맹의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 로이스는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대한민국에 우호적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그의 지역구에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그의 보좌관으로 20여 년을 일한 영 김(Young Kim)의 영향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들의 연착 소식을 듣고 에드 로이스의 은퇴식이 열리는 닉슨 라이브러리 & 박물관으로 향했다.

 

일찍 온 사람들이 모여 음료나 와인 등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예정대로 6시 30분 은퇴식이 시작되었다. 닉슨 라이브러리 박물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여성 진행자가 나와 식순대로 진행했다. 에드 로이스의 은퇴는 한 세대가 저무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 세대가 지고 새로운 세대가 도래하고 있다. 영 김은 그보다 10여년 이상 젊다. 이번 선거에서 영 김이 승리했으면 에드의 뒤를 이어 39 지구를 자연스럽게 이어 받는 형세가 되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에드 로이스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그의 은퇴 연설을 듣고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다.

 

공항으로 향했다. 도착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한참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들이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딱딱 맞아 떨어진다. 아들이 활짝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오는 차안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아들의 세대가 왔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 후 나아갈 진로에 대해 얘기했고, 앞으로의 인생 10년에 대한 장기 계획도 언급했다.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들,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의 근황과 젊은이들의 삶과 포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취직이 되었지만 비싼 아파트 비용과 생활비를 걱정하기도 했다. 아빠와 함께 살면 돈을 절약 할 수 있을 텐데 멀리 동부에서 생활하게 되어 돈 모으기가 쉽지 않겠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는 깊어가는 밤 속에 야경이 흘러 지나가고 있었다. 또 하루, 또 한 해가 저물고 이제 새 날이 밝아 올 것이다. 그리고 새 세대가 새 삶을 살아 갈 것이다. 라디오에서는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가 흘러 나왔다.

 

"May your days be merry and bright. And may all your Christmases be white."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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