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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사라진 시대
01/14/19  

올해도 세계적인 국제정치리스크 평가기관인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은 세계 10대 리스크를 발표했다.

 

첫 번째로 '나쁜 씨앗(bad seeds)'을 꼽았다. 세계 지도자들이 눈앞의 위기에 대처하기 바빠 길 위에 산재해 있는 더 큰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며,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나쁜 씨앗들이 열매를 맺게 되어 결국 국제질서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유럽연합(EU),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세계무역기구(WTO), 미국과 중국, 중동 국가들, 러시아와 주변국들이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 각각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표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그 어느 지역보다 아시아에는 더 많은 분쟁 지역과 신흥 세력, 그리고 잠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아시아의 위험은 매우 심각하다. 북한은 비핵화를 내세우면서도 내부 사정과 외부 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돌변하여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중국은 해상 영토와 천연자원을 놓고 일본, 베트남, 필리핀과 분쟁을 벌이고 있어 관계가 이미 심각한 상태이다.

 

즉, 아시아에는 강력한 국가들이 많은 반면, 국가 간의 협력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향후 중국이 지역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도 역시 2인자로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은 여전히 세계에서 부유하고 영향력이 높은 나라들 중 하나 아닌가. 떠오르는 신흥 세력 한국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경제적, 외교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유라시아그룹 회장 이언 브레머는 그의 저서 ‘리더가 사라진 시대’에서 ‘G제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작금의 세태를 예고한 바 있다. ‘EU(유럽연합)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힘을 상실한지는 오래 되었다. G7(7개국 재무장관회의)도 이미 빛을 잃었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과 중국의 의지, 능력의 부족으로 G2 체제는 불가능하다. G20는 각국의 입장 차이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국가나 국가들의 연합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적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구심점이 될 리더십이 사라진 'G제로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국제간의 문제 해결이 용이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G제로 시대가 앞으로 최소 10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중관계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2위에 올랐다. 특히 2019년에는 보복관세로 촉발된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국가안보를 둘러싼 양국 갈등까지 더욱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말 캐나다 당국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최고 재무책임자(CFO·부회장)를 체포한 것이 하나의 예다. '무역전쟁을 중단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양측 간의 신뢰는 사라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해서도 비관론을 제시했다.

 

올해 10대 리스크의 절반이 미국과 관련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기조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추진 등 정치적 변동성은 유례없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탄핵 가능성은 희박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등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기조에 발맞춘 각국 지도자들의 등장으로 반 세계화를 외치는 동맹 아닌 동맹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함께 꼽았다.

 

유럽에서는 오는 5월 의회선거를 앞두고 좌우파를 막론하고 포퓰리즘 득세가 확실시된다. 반 EU를 앞세운 포퓰리즘 세력의 확대는 EU 내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 국가별로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포퓰리즘 세력이 전례 없는 영향력을 나타낼 것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사이버공격과 보안, 각종 규제에 따른 선진기술 발전의 정체, 새 정부가 출범한 멕시코,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거를 앞둔 나이지리아 등도 2019년 10대 리스크 명단에 함께 올랐다.

 

보고서는 올 3월 말로 예정된 영국의 EU탈퇴(Brexit)를 10대 리스크와는 별도로 언급했다. 제2 국민투표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보면서 브렉시트로 인해 매우 골치 아픈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리더가 사라진 G제로 시대, 즉 리더십의 진공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가다가는 자연재해와 환경오염, 식량고갈, 수자원 고갈로 인한 재앙으로 전 세계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가 공멸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우리 인류는 2019년의 위협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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