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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쓸려 가는 사회
02/04/19  

지금 한국에서는 손석희 jtbc 대표와 손혜원 국회의원에 대한 스캔들로 야단법석이다. 손석희 대표는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룸에서 해명을 했고, 손혜원 의원은 목포에 자신이 구입했다는 낡은 창고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해명이 모두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양쪽으로 편을 나누어 SNS, 신문 방송 등에서 각종 방법으로 서로를 비난하며 진실 공방이 뜨겁다.

 

이뿐만 아니다. 성폭력사건의 피의자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법정구속이 되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서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도 두 사람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공정한 법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측으로 나뉘어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승복하지 않는다. 범법 사실이 확실히 밝혀진 사안에 대해서도 자기들의 생각과 다른 판결이 나왔을 경우에는 판사들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시위를 한다. 이상은 최근 한국의 사회상을 축약적으로 보여 준다. 총체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국민들이 양분되어 반목하는 가운데 국가적 시스템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국의 '아쉬'라는 교수가 실험을 했다. 그는 일곱 사람을 한 방에 모아 놓고 그들을 상대로 지각에 관한 실험을 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 일곱 명중에서 진짜 실험대상이 되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나머지 여섯 명은 돈을 받고 교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역할은 진짜 피실험자가 실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실험의 방식은 이러했다. 피실험자가 마주 보이는 벽에 직선 두 개를 그려 놓는다. 직선 하나는 길이가 25cm, 다른 하나는 30cm. 두 직선은 나란하기 때문에 30cm 직선이 더 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아쉬 교수는 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어느 직선이 더 긴가?’ 묻는다. 여섯 명의 보조자들은 한결같이 25cm 직선이 더 길다고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진짜 피실험자에게 묻는다.

 

실험 결과, 진짜 피실험자들 중에서 25cm짜리 직선이 더 길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60%에 달했다. 또, 30cm짜리 직선이 더 길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여섯 보조자들이 비웃으며 놀려 대면, 그 중의 30%는 다수의 기세에 눌려 처음의 응답을 번복했다. 아쉬 교수는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학생과 교수 1백여 명을 상대로 같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그들 중의 90%가 25cm 직선이 더 길다고 응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피실험자들에게 그 실험의 의도를 밝히면서 다른 여섯 명은 미리 교수와 짜고 실험에 참여했다고 알려주어도 그들 중 10%는 여전히 25cm 직선이 더 길다고 고집을 부렸다. 또 어쩔 수 없이 자기들의 실수를 받아들인 사람들도 남들이 다 그러기에 자기도 따라했다고 순순히 인정하기 보다는 자기들의 시력이나 관찰 각도를 문제 삼으면서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방향이 결정되면 그 결정을 합리화하고 자신을 스스로 납득시킨다. 설령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어도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려 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도 이 실험 결과와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일이나 사건 등의 상황판단을 할 때 자신의 뚜렷한 소신과 밝혀진 증거 등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흐름이나 자신이 자주 접하는 언론 보도, SNS 상의 대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휩쓸려 덩달아 묻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말은 어떤 사실에 대해 진실 유무를 파악하고 따지려 하지 않고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 대중을 선동하고 몰아가면 그 사회집단 자체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손석희 대표와 손혜원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에 관해 유튜브에 난무하는 각종 방송과 신문, TV등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무조건 그들을 비방하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대로 그럴 리가 없다며 모든 것이 음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려하지 않고 어느 한 편에 서서 사건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리라. 객관적으로 양쪽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리저리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아야 한다. 쓸모없는 일에 노력을 쏟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판단 자체를 유보할 필요는 없다. 만일 판단의 대상이 정치인이라면 선거 때 투표로 심판하면 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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