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이야기
04/23/18  

여름이 시작되면 이상하게 맥주 마실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것 같다공휴일방학휴가,더위풀파티캠핑 등등 추울 때보다는 확실히 동기부여가 다양해진다나는 술에 대해서는거의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맥주만큼은 부담없이 한 잔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편이다오래전 네델란드 배낭 여행 중에는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 대신 하이네켄 맥주 공장을 방문하고는 두고두고 뿌듯해 했다.

 

맥주를 처음 마셨던 날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맥주를 마시고 처음으로 맛있다고 느꼈던날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대학교 때 성당 청년회 여름캠프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와아이스박스 안에 들어 있던 맥주를 꺼내 마셨는데 세상 처음 느껴보는 시원함이었다그렇게나는 꿀꺽꿀꺽 깔끔한 목넘김 후에 자연스레 터져나온 행복한 캬아와 함께 맥주의 세계에입문하게 되었다술이 맛있게 느껴지니 왠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의 그 시원한 청량감 때문인지 나는 맥주 중에서도 라거맥주를 가장 좋아한다맑은 황금색의 라거맥주는 에일에 비해 알콜 도수가 낮은 편이고 향과 깊은 맛이 적은 대신 깔끔하고시원한 청량감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에일보다 저렴하고 현대 맥주의 70%가 라거 계열일 정도로 가장 대중적인 맥주이다원래 미국도 영국의 영향을 받아당초에는 에일이 주류를 이루다가 맥주 공장이 대규모화 되면서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 색이 엷고 쓴맛이 약하며 담백한 미국만의 맥주 타입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갈증나는 더운 날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언제나 환상 그 자체이지만 궁합이 잘 맞는 맛있는음식과 함께 할 때 맥주의 진가는 더욱 더 빛을 발한다특히 출출한 밤에 치킨과 맥주일명치맥은  한 번 생각나면 그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든 당대 최고의 야식 메뉴이기도 하다고소하고 짭쪼름한 치킨 한 입 베어 물고 시원한 맥주 따라 들어가면 캬아그래 바로 이 맛이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치맥을 비롯해서 맥주 안주들은 유난히 고칼로리 음식들이 많아 체중 관리 중에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맥주 200ml 기준으로 칼로리가 약 96 kcal라고 하니 안주를 곁들이고 맥주 잔 수가 늘어간다면 아랫배 나오는 것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뉴스에서 하루 한 잔 분량의 맥주를 물로 대체하면 약 20%가량 비만 위험이 줄어든다고 하니과연 다이어트의 적다운 연구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마켓에서 장을 보다가 계획에 없던 맥주를 샀다나라고 아랫배걱정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 번쯤 망설이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유난히 고단했던 한 주를 마무리하는 주말에 맥주 한 잔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조금은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예전에 즐겨보던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 속에 주인공이 혼자 식사를 하면서 맥주 한 잔을곁들일 때마다 함께 입맛을 다셨는데 이번 주말은 나도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볼까 한다드라마 속에서 말하길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신경 쓰지 않으며 음식을 먹는다는 포상의 행위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라고 말할 수 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