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신
02/25/19  

"유관순을 알고 제 마음은 두동강 나 버렸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칼러버사스에서 활동하는 중견 화가 모린 가프니 울프슨은 오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챗워스(Chatsworth)시에 있는 프록시 플레이스 갤러리(ProxyPlace Gallery)에서 열리는 '3·1운동 100주년 특별전시회'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잊을 수 없겠지만 용서는 할 수 있다’이며, 3·1운동 관련 작품들이 전시된다.

 

울프슨은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품에 안은 모습과 천국의 문을 걸어 나오는 듯한 장면을 담은 작품을 출품했다. 그는 "친구로부터 3·1운동의 역사를 듣고 두 달간 이 사건을 조사했다."며 "마음에 각인된 사람이 유관순 열사였다. 그분은 아주 어렸음에도 용감했고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와 아주 강한 영적인 연결고리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3.1 운동 정신에 주목하고 있다. 3.1운동이 발발한지 100년이 지났지만 그 정신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3.1운동 정신은 기미독립선언서 첫 문장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오등(吾等)은 자(慈)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차(此)로써 세계만방(世界萬邦)에 고(告)하여 인류평등(人類平等)의 대의(大義)를 극명(克明)하며, 차(此)로써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고(誥)하여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 이를 현대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 국가이며 조선 사람이 자주 국민인 것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자손만대에 일러 겨레가 스스로 존재하는 마땅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한다.’

 

선언서는 조선 사람이 조선의 주인이며, 조선의 독립은 인류평등이라는 대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3.1운동의 주체가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라 종교인, 학생, 농민을 위시한 온 백성이었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민중이 저항의 주체가 되어 식민지라는 부조리한 현실의 극복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진정한 민주정신을 발현한 것이다.

 

3.1운동 정신은 세계평화정신이다. 3.1운동의 비폭력투쟁 방식은 세계 각국의 평화와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큰 외침이었다. 유관순 열사의 죽음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죽음으로써 인류 공동의 목표인 평등과 평화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3.1운동의 비폭력투쟁 방식은 중국 5.4운동, 인도 간디의 불복종, 무저항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제의 침략주의를 무력으로 전복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민족적 양심에 호소해서 자주 독립을 하겠다는 의지가, 또한 조선의 독립을 통해 동양의 평화, 인류의 행복을 도모하고 세계사적인 기류의 도도한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정신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관순 열사가 있었다.

 

세계는 지금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강대국은 힘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 추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약소국들은 자주와 자존마저 짓밟히고 있다. 평등이 사라진 힘의 논리는 차별과 멸시, 탄압을 부른다. 그래서 인류를 지배와 피지배의 사슬로 묶어 피 흘리게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은 이미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인류평등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이는 곧 민족자존의 밑거름이라고 역설했다. 그것이 대의(大義)라고 독립선언서는 명시했다.

 

화가 모린 가프니 울프슨이 유관순 열사를 알고 “마음이 두동강 났다.”고 고백한 것도 이런 3.1운동의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류관순 열사가 꽃 같은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도 ‘민족자존’과 ‘세계평화’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데서 감동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뉴욕주는 지난 1월 15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초 ‘유관순의 날’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유관순 열사의 저항정신을 되새기면서도 3.1운동 100주년이라는 보다 폭넓은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중간에 수정이 됐다고 한다. 뉴욕주의회는 결의안 선언문에서 “1920년 순국한 유관순 열사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인들이 그 정신에, 유관순 열사의 죽음에 주목하는 것은 그 외침이 인류 역사에서 항구불변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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